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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근로자 추천 이사제 주장 윤석헌, " 난 호랑이 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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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발전 필요조건 아니라는 입장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도 적극적

교수 시절부터 금융위 해체 주장

“난 호랑이띠가 아니다” 말 아껴

중앙일보

윤석헌


윤석헌(70·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호랑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윤 원장은 6일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저는 호랑이 띠가 아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특별히 소신이 강해서 나온 말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7일 금감원 간부들에게 업무 현안에 대해 보고받은 뒤 8일 정식 취임 예정이다.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학교수 시절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장을 맡은 이후엔 “금융위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은 있다”면서도 “정부와 국회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있으면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하겠지만,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금감원장을 맡기 전 학자로서 확고한 소신이었다. 현재의 금융위에서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보내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분리하는 ‘쌍봉형’ 조직 개편을 제시했다.

윤 원장의 과거 발언을 보면 “자동차의 가속페달(금융활성화)과 브레이크(위험감독)를 묶어 놓은 셈”이란 문제의식이 강했다. 지난해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보고서에는 “향후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해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윤 원장은 위원장을 맡아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중앙일보

금융혁신위 권고와 윤석헌 원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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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뜯어보면 앞으로 ‘윤석헌호’의 금감원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 논의도 주목된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우리사주조합에 금융회사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하자는 요구다. 혁신위 보고서에는 “낙하산 방지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장 임명 이틀 전인 지난 2일 윤 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사협력 관계를 새롭게 일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장이 되고 나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6일 기자와 통화에서 윤 원장은 “부정적 의견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혁신위에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론과 부정론을 조화롭게 끌고 가는게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며 “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와 금융위 입장도 고려해 차근차근 들여다 보겠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규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혁신위 보고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진 않는다”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해선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않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게 혁신위의 판단이었다. 윤 원장도 과거 “인터넷 전문은행의 이득보다 은산분리 규제완화 비용이 훨씬 많아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책은 잘못”이란 주장을 폈다. 업계에선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반대나 초대형 투자은행(IB) 규제 등을 보면 장기적인 시각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위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 체계 개편도 윤 원장이 중요하게 보는 이슈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은 서민금융 시장에 도덕적 해이를 창출하고 있다”는 게 평소 소신이다. 혁신위 보고서에는 “국민행복기금을 정리하고, 신용회복위원회 기능을 확대 개편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 중이다.

윤 원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짧게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최근 삼성 관련 이슈를 많이 본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원장은 “금융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당연히 보는 게 맞다. 공부하고 잘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주정완·이새누리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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