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자정 무렵 서울 숭실대입구역 인근 한 편의점에서 만난 3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그는 “감기약을 사러 서울대입구역 근처 편의점을 모두 둘러봤지만 찾을 수가 없어 숭실대입구역으로 왔다”며 “편의점에서 파는 약이 약국보다 훨씬 비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약품이 약국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타이레놀, 어린이부루펜시럽 등 13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으
로 지정하고 편의점 판매를 허용했다.
지난 16~17일 양일간 서울 강남과 강북,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을 중심으로 편의점 의약품 판매 실태를 취재한 결과 의약품 취급 편의점이 일부 지역에만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약국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는 어렵지 않게 의약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총 8곳의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6곳에서 의약품을 판매했다. 반면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GS25, 세븐일레븐, CU 등 5곳의 편의점을 찾았지만 안전상비의약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은 없었다. 편의점 점주들은 “아직 교육을 받지 못해 (의약품을)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중 절반 정도인 1만1538개가 안전상비의약품을 취급키로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약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이 일부 지역에만 쏠려 소비자들의 구매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편의점과 약국의 의약품 가격차가 심했다. 서울 이문동의 GS25에서는 타이레놀500mg 8개들이 포장이 2550원으로 근처 약국에서 판매중인 10개들이 한 통(2000원)보다 비쌌다. 약국에서 알약 하나가 200원, 편의점은 320원에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서대문역 인근 CU에서는 감기약 판콜에이 3병을 23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 약국에서는 한 병에 400원에 불과했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편의점이 약국보다 두 배 가량 비쌌다.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안전시스템은 합격점이었다. 충정로역 인근의 GS25에서 기자가 타이레놀 두 개를 계산하려고 하자 “1일 1회분만 구매할 수 있다”는 멘트가 나오면서 구매가 거절됐다. 다만 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의 부주의로 인한 오남용 가능성은 있었다. 이문동 한 편의점에서 근무중인 종업원은 “따로 교육은 없었다. 손님이 약을 달라고 하면 주면 된다는 지시만 받았다”고 했다. 종업원은 교육 의무 대상이 아니다.
한편 편의점과 약국에서는 편의점 의약품 판매 허용에 대해 거부감이 컸다.
GS25를 운영하는 오진호(55, 가명)씨는 “교육을 직접 받고 의약품을 판매하라는데 시간이 마땅치 않다”라며 “5만원 이상의 교육비도 자비로 부담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약품이 안 팔려 포기하는 편의점이 속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심야약국을 운영해봤지만 새벽 시간에 약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한 두명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편의점에서 약을 파는 것보다 파출소, 소방서 등 공공장소에 약을 비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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