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불황으로 나타났던 잠재성장률 저하, 가계부채, 고령층 노후불안 등으로 인한 민간소비 부진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화서비스나 보건의료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과감하게 육성해 소비를 유도하고, 소비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8일 '부채조정·잠재성장 저하·고령화-일본형 소비침체의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버블 붕괴시기 일본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현상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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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심각한 소비위축을 경험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악화된 탓도 있지만, 소비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자 생산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고용과 소득이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소비성향 저하의 가장 큰 요인은 버블붕괴효과로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가계는 평생 벌 수 있는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를 하는데, 자산가격의 하락은 평생소득을 떨어뜨린다. 직접적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았더라도 성장률 하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한 각 가계가 미래에 대비한 저축을 늘리려는 경향도 강해진다.
위기 이전부터 빠르게 높아졌던 가계부채 조정, 고령화 과정에서 고령층 인구의 불안심리 확대, 내구재 보급포화 등도 소비부진을 심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가격의 장기하향 우려가 제기된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급격한 하락 위험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주택 수요 저하는 소비부진과 성장률 침체로 이어진다.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한 불안심리도 높은 상황이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면서 평균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후, 향후 수년간 3% 초반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과거에 비해 낮은 성장이 지속되면 가계는 소비성향을 낮추는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채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고 이에 따라 늘어난 유동성이 일부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이에 주택경기 부진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줄고, 정부도 높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가계대출억제정책을 실시하자 소비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고령층의 소비위축과 함께 더이상 소비를 주도할 품목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의 소비위축도 두드러지는데, 고소득층일수록 경기에 미감하게 반응해 선택적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소득층의 소비가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는 '확산효과'를 들어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여가나 보건의료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강종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고소득층이 소비할 수 있는 고급소비재 시설이 부족해 해외로부터의 수입이나 해외소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고급레저 및 관광시설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소비재 생산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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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기자 soji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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