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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충격…투자심리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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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최종 결론 시간 걸릴 듯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한 뒤,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자,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던 이 회사가 회계처리 위반으로 급락하면서 전체 바이오 시장의 투자심리도 ‘꽁꽁’ 얼어붙는 양상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대비 15.8% 급락한 41만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매물이 쏟아지면서 VI(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 넘게 특별감리를 벌인 끝에 회사 측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리 최종 결과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리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례에 비춰볼 때 유가증권 발행 제한이나 과징금 등의 제재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다만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를 놓고)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회계처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은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며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는 만큼 남은 절차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은 2011년 이후 4년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단숨에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기록된 부분이다.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시장 가격(공정가액)으로 평가해 4조8000억원으로 추산한 뒤 이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규정하면서 가능했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면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회계 처리 할 수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지분의 91.2%를 보유했음에도 바이오젠이 지분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특별감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졌으며 금감원이 이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놓으면서 1조9000억원대 흑자 전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재무제표에도 수정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무제표 수정 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처리방식 자체가 변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실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방식 변화로만 2조원 가까운 평가이익 상승효과를 봤는데, 이를 원점으로 돌리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규모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거래제한 조치 가능성도 나온다. 현행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규정 상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거나 재판에 넘겨졌을 경우 즉시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이와 별개로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갈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대규모 분식회계로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 지난해 10월 말까지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사례다. 다만, 최악의 상장폐지 결정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등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기업들도 상장폐지 되지는 않았다. 상장폐지가 되지 않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2015년 재무제표 적자를 수정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기 전 감리를 벌였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또 상장 당시 2015년 순이익을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5년 1회성 순이익이 회사의 가치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이 사실상 분식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주가 거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로직스는 상장 1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3배 넘게 뛰었다.

김나래 기자/ticktoc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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