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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평화원정대] “‘무지개의 나라’는 백인에게만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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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기획 _ 남아공 LGBT 활동가 난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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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흑백분리·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지개의 나라’로 불린다. 헌법이 인정한 공용어가 11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종족과 언어, 문화를 인정하는 덕에 무지개는 남아공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게이와 레즈비언이 합법적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지구 상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케이프타운 인근 시몬디움에서 만난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난디파(26)는 그건 백인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 뿐 흑인과 유색인종에겐 먼 나라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남아공 엘지비티(LGBT) 인권 옹호 단체인 조놔벨레 회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난디파는 “(백인은 몰라도) 흑인이나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선 엘지비티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많은 성소수자들, 특히 여성들이 엘지비티라는 이유로 죽거나 성폭행을 당한다”며 “법적으로는 보호되지만 부족이나 종족 공동체 안에서는 ‘성경을 보면 이건 죄다’라는 식으로 비난하고 욕을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난디파는 게이인 자신의 사촌 오빠도 차별받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했다. 케이프타운 인근 가난한 유색인종 주거지역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김경래 목사는 “이 나라에선 동성애 문제도 극과 극이다. 백인들에겐 퀴어문화가 발달해 있지만 흑인들에겐 (폭력과 위협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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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디파는 게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비난받는 사촌을 위해 성수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복싱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난디파가 12일 오후 남아공 시몬디움 판자촌에서 복싱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몬디움/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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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디파는 이를 막기 위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행진을 하는 한편 성소수자의 인권이 이성애자 인권과 다름없음을 알리는 캠페인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또 가족에게 외면받는 레즈비언, 게이들의 얘기를 함께 듣고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난디파는 그들의 활동을 못마땅해하는 이들의 온갖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일부 남성들에게서 “내가 너를 성폭행하면 너는 정상적인 여자가 될 것”이라는 등의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이 무지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성소수자나 몹시 가난한 이들을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정부가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케이프타운/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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