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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김현주의 일상 톡톡] 시민단체 "영화관람료 인상은 담합"…공정위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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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3사가 2016년에 이어 올해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순으로 영화관람료를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게 담합이 아니면 뭐가 담합이냐'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담합은 사업자가 협약, 협정, 의결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서로 짜고 물건의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제3의 업체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같은 종류의 업체들이 서로 짜고 물건 값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해 다른 경쟁 업체를 따돌리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된 불법행위입니다. 시장경제질서를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정부에서는 담합 금지 및 처벌을 법으로 명시해 두고 있습니다.

담합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다른 상품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없애므로 일종의 '착취'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더나아가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트려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적지않은 피해를 끼칩니다.

멀티플레스 3사는 "(이번에도) 담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꽤 올랐고, 최저임금도 상승했으며, 영화관 의자도 자주 바꿔야 하니 시장원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관람료 인상에 대해 각사 담당자들이 서로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담합에 해당하느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영화관람료 인상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고, 합의해야만 담합으로 판정할 수 있다면 업체들이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담합 행위는 차고 넘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들의 가격 인상에 명시적 합의가 없었어도 묵시적 합의 가능성이 있어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기에 거의 합의한 것과 다름없이 일사불란하게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당국이 이번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참여연대는 최근 순차적으로 영화 관람료를 1000원씩 올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범했다며 지난달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세 회사는 최근 5년 사이 세 차례 가격을 올렸는데, 2014년과 2016년에도 이번처럼 CGV가 선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뒤따랐다"면서 "세 회사 사이에 공동행위가 있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참여연대는 "공정위 부당공동행위 심사기준을 보면, 사업자 간 합의는 명시적으로 드러나거나 증거를 남기지 않고 암묵적으로 이뤄진다"며 "'합의의 추정' 원칙에 따라 공동행위 합의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16년에도 3사가 동일하게 가격 차등화 정책을 도입한 것에 대해 부당 공동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증거자료가 없다며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면서 "이번 가격 인상이 또 용인되면, 독과점 대기업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관행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암묵적 합의도 담합이다"

앞서 시민단체들도 "(영화관람료 인상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꼼수"라며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등 11개 회원단체는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영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GV가 600억원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CGV는 임차료 인상, 관리비 증가, 시설 투자비 부담 등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영화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단체들은 2017년 재무제표상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 530억원을 포함해 총 600억원의 투자손실을 낸 점을 근거로 들면서, CGV가 이를 만회하려고 관람료를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세계일보

단체들은 "CGV는 2014년과 2016년 영화관람료를 인상해 매출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도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관람료를 또다시 인상해 막대한 투자손실을 만회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CGV는 물가 상승률에 비해 관람료가 적정하게 인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2013∼2017년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률은 9.9%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5.0%를 훌쩍 뛰어넘는다"며 "CGV의 이번 설명은 소비자를 조종해 알아서 따라오도록 만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가격 인상 '모방행위' 위법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반론도

결국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세 회사의 서울 본사에 각각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현장조사는 최근 참여연대가 이들 회사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는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은 97%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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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개별 사건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증거가 없으면 담합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한 사업자가 먼저 가격을 올리고 나머지 사업자들이 뒤따라 인상하는 '모방행위'만으로는 위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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