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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김현주의 일상 톡톡] 대한항공 '갑질' 사건, 웃는 이들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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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조씨 일가 일탈 행위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 이어 불거진 조 전무, 이들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과 폭언 의혹 등 총수 일가의 갑질에 대한 제보를 보면, 재벌가(家)의 횡포와 특권의식에 대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개인의 비정상적인 행위에서 촉발됐으나, 정부 및 관련기관의 느슨한 업무 관행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한항공 총수일가가 아니어도 공항에서 일부 VIP 고객에게 관례처럼 통관 절차상 편의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감사로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하며,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직원들이 업무 목적으로 세관이나 출국장을 드나들 때 이용하는 상주직원 통로가 밀반입 루트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상주직원 통로에서는 세관 수준의 엄격한 밀반입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총수일가가 구매한 명품을 대한항공 직원이 개인 휴대물인 척 대신 들고 관세신고 없이 들여올 수 있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한진 일가의 고가품 밀반입이 사실이라면, 국토부나 관세청 등의 묵인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대한 이번 갑질 사건으로 인해 경쟁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 등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 탈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대적인 문서 파쇄 작업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은 이번 문서 파쇄가 전부터 이미 계획한 것이라는 해명이지만, 탈루 혐의 등 민감한 내용의 문서까지 함께 없앤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에게 특정 업무 관련 이메일을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증언도 나와 증거인멸 의혹을 더하고 있다.

28일 대한항공 임직원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본사(서울 강서구 소재) 등에서 나온 다량의 문서를 파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파기 대상으로 분류된 문서들은 본사 인근에 모았고, 파쇄전문업체가 이를 차량에 실어 파쇄 공장(경기 고양시 소재)으로 가져가 폐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달 초 이미 문서 폐기와 관련한 계획을 공지했다"며 "증거인멸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매년 하는 문서 파기 작업을 이용해 아직 폐기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각종 의혹과 관련한 문서까지도 함께 없앤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대한항공이 종이문서뿐만 아니라 의혹 관련 증거가 될 만한 이메일을 삭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정 인물과 관련된 모든 이메일을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23일 대한항공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탈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도 지난 20일부터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조사관 30여 명을 보내 총수 일가가 기내면세품 판매와 관련한 이른바 '통행세'를 부당하게 챙겼는지 조사하고 있다.

◆대한한공, 다량의 문서 파기…"이번 사건 이전 계획 공지, 증거인멸 아냐"

각종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시가총액의 11%에 불과한 지배회사 지분을 가지고 기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작년 말 기준 지주사인 한진칼로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일보

조 회장 일가 중에선 조 회장만 대한항공 지분 0.01%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사장과 현아·현민씨 등 삼남매는 전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조 회장 일가는 지배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보유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조 회장 17.84%, 장녀 현아씨 2.31%, 장남 원태씨 2.34%, 차녀 현민씨 2.30% 등 오너 일가족과 특수관계인이 28.96%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4.79%에 그친다.

세계일보

조 회장 일가는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파문에서 드러났듯 어머니 이 이사장의 '막말 논란'과 '폭행 의혹'에 조 회장 일가의 불법 탈세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 가치 회복과 경영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수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각에선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데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물벼락 갑질' 최대 수혜자?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갑질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갑질 사태가 벌어진 후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리꾼들은 대한항공에 대한 탑승 거부 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 전 전무의 갑질 파문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커지자, 대한항공 탑승 거부 운동도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항공 매출이 오를 수록 오너가로 흘러들어가는 금전적 이득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말아야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다만 아직까지는 탑승 거부 운동의 여파로 대한항공에 대한 예약 취소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장거리 여행객들은 일반적으로 항공권 예약을 1~2달 이전에 하는 경우가 많고, 여행 날짜가 임박해 항공권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예약 취소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대한항공 탑승 거부운동에 동참할 경우 대한항공의 '여름 대목 장사'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장거리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앞으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더욱 커질 경우 실제 기업 매출이 어느 정도 하락할 수도 있을 거란 시각도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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