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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아베 총리 "성명은 과거에도 있었다. 비교하고 분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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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일본 "北 구체적인 행동 지켜보겠다"

총리관저선 "우호 무드 연출에 현혹돼선 안돼"

27일 일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하루종일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직접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것, 북한을 둘러싼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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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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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이어 "지금까지의 한국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오늘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문 대통령께 전화로 여쭙기로 했다"며 "이번 회담과 (향후)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기대한다.향후의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납치문제,핵과 미사일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한국·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해나가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특히 강조한 건 "과거에도 성명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과거에도 성명은 있었다"며 "과거의 성명과 이번 성명을 비교·분석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만 모기장 밖에 있는 것 아니냐"며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 방침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문 대통령과 일치돼 있고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고노 다로 외상은 '일본 패싱' 논란을 의식한 듯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 핵·미사일이라는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를 지향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종일 일본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선 “한국 정부의 노력에 큰 경의를 표한다”(고노 다로 외상),“한국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고 평가했지만, 회담 성과에 대해선 아침부터 “예단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총리관저에선 “남북간의 우호 무드를 강조하려는 분위기에 현혹되면 안된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TV아사히는 보도했다. 또 후지TV계열의 뉴스네트워크 FNN은 “지난주 열린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측 참석자가 ‘미ㆍ북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군사공격을 단행할 것’이라고 일본측에 설명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신중한 자세였다.

한반도 전문가인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는 NHK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에 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일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자세를 크게 바꿨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히라이와 교수는 특히 “김 위원장이 서명을 한 것 외에 자기 말로 말한 것이 없다”며 “결국은 이번 선언을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고 말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느냐도 일본에겐 중요한 관심사였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 남북정상회담,그리고 이후 북ㆍ미정상회담을 통해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 등의 현안과 관련해 북한에게서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힌 대로 김 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언급했는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답답해하는 분위기였다.

일본 언론들은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는데 총력전을 폈다.

일본 신문들은 석간에서 관련 기사를 일제히 1면톱에 배치했다.“김정은 경계선 넘어 한국측에,비핵화로 가는 길에 초점”(니혼게이자이),“북한 최고지도자 첫 방한,비핵화가 최대의 초점”(요미우리),“김정은 군사경계선 넘어 문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악수”(아사히) 등의 제목이 달렸다.

니혼게이자이는 “군사분계선에서 회담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130m정도였지만, 김정은은 방명록에 사인을 하면서 숨차하는 듯 보였다”,“한국측이 사전 발표한 스케줄을 김정은이 거의 지킨 것에 대해 외교가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독재자는 암살을 두려워해 예정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 등의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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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부분의 일본 방송들이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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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송들도 한국과의 실시간 연결을 통해 남북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현미경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 역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을 받고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올라간 장면과 30분이 넘도록 이어진 두 정상의 밀담에 큰 관심을 쏟았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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