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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간 인정하라"…'솜방망이' 법원 판결에 스페인 여성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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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5명 연루된 '성폭행 사건'에 법원 9년형 선고

수천명 거리로 나서…"성학대 아닌 강간죄 적용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노(no)는 노다. 성적 학대가 아니라 강간이다."

법원의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에 격분한 스페인 여성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나바라 북부 지방 법원은 이날 2016년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린 '소몰이 축제'(산페르민 축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고 5명에게 각각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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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여성들이 법원의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법원은 판결 과정에서 형량이 무거운 '집단 성폭행' 관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형량이 더 가벼운 '성 학대(sexual abuse)' 혐의를 적용했다. 스페인 법원 판결에서 '성 학대'는 폭력이나 협박과 연관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피고들에게 징역 20년 이상을 구형해야한다고 주장한 검사 측 의견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스페인 여성과 인권운동가들은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집단 시위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팜플로나와 법원 앞은 물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가부장적 판결이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법원은) 부끄러워해야한다", "노는 노를 의미한다"고 외쳤다.

스페인 여성인권단체인 테미스의 부회장인 알타미라 곤살로는 "더 용기 있는 판결이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집단 항의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빨간색 장갑을 착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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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여성들이 법원의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대 후반으로 친구 사이인 스페인 청년 5명은 2016년 축제 도중 한 여성을 건물로 끌고 가 섹스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들은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들이 한 일을 '자축'하는 메시지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사건 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길거리 벤치에서 발견됐다. 곧바로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여성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범인들은 피해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형량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는 상태다.

양측 모두 이날 판결에 불복, 상소할 방침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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