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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카스 맥주를 수입한다고? 심지어 12% 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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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국내 맥주 1위인 오비맥주가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 카스를 미국에서 만들어 수입해 기존 카스보다 12% 싸게 팔겠다고 26일 밝혔다. 수입 맥주는 국산맥주와 달리 가격 책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세법의 맹점을 파고든 전략이다. 주류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740mL인 이 맥주 가격은 3500원이다. 100mL당 가격이 473원으로 500mL짜리 국산 카스 540원보다 67원 싸다.

국산맥주는 원재료비에 판매관리비·마케팅비·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원가로 해 세금을 매긴다. 원가에 이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윤을 늘리면 세금도 늘어난다. 출고가격이 정해지면 유통 과정에서 가격을 그 이하로 내리는 것은 어렵다. 반면 수입 맥주 등 수입 주류는 수입사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이에 비례한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원가로 해 주세(72%) 등이 붙는다. 수입사가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수입 맥주는 원가에 유통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사가 자유롭게 가격을 붙이는 할인 판매를 하기 쉽다. 일본 편의점에서 292엔(2860원)에 팔리는 아사히맥주(500mL)가 한국 편의점에서 2500원에 팔리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단 수입 가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다. 오비맥주의 모(母)회사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사인 AB인베브다.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유명 맥주 브랜드를 갖고 있다.

다른 국내 주류업체들은 월드컵 한정판 카스가 맥주 해외 생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 있는 역(逆)수입 맥주가 시장에 풀리는 선례가 남는 것"이라고 했다. 오비맥주가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고용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니까 쓸 수 있는 해외 역수입 방식"이라고 했다. 일단 오비맥주는 한정판 카스를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만 생산한다는 입장이다. 변형섭 오비맥주 이사는 "국내에 740mL짜리 맥주를 생산할 공장이 없어 해외에서 만들어 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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