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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투자의 창] 기업 투자때 고려해야 할 부패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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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욱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 이사

서울경제


기업의 부패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 과거에 부패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용인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는 척결 대상이다. 또 부패 사건에 대해 국내에서는 뇌물 수수와 관련된 개인의 처벌 수준에서 다루지만 국제적으로는 기업에도 상당한 수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방위적인 기업 반부패경영 책임 강화에 대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정부는 얼마 전 시행된 2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반부패정책 대상을 공직 영역뿐 아니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곧 도입할 예정이다. 사회적 책임 투자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반부패이며 글로벌 국부 펀드의 경우 반부패 요소를 투자 배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글로벌 반부패 규제 강화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높음을 유념해야 한다. 올 1월 세계적인 석유회사이자 싱가포르의 대표 기업인 케펠오프쇼어앤드머린이 브라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브라질 정치인에게 상당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적발돼 미국 해외부패방지법(US-FCPA) 위반으로 약 4억2,200만달러(약 4,493억원)의 벌금에 합의된 사건이 있었다.

기업 투자 시 부패 리스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로 사회적 부패 이슈와 관련된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제약산업군의 경우 불법 리베이트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출보고서 작성 제출 의무 등으로 인해 영업활동에 상당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기업은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돼 실적이 급감할 것이다. 두 번째로 기업의 반부패 경영 수준에 대한 검토 및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경우 상당히 형식적으로 윤리경영이 이뤄지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반부패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영진의 목소리(tone from the top)다. 이에 대한 실질적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기업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나무는 위부터 말라 죽는다. 경영진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직원이 본받기를 바라지 못한다면 누구도 기업의 전략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반부패경영 체계가 제대로 정립된 기업은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원인이 되는 불투명한 경영 위험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기말 감사 기준 20개 상장사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은 반부패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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