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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사모님 지시…좋은 것 구매해 보내라"…대한항공 비서실 수상한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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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책 없는 이명희, 비서실 동원 물품 구매 논란

대한항공 "관세청 조사 중인 사안"

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갑질 영상이 23일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이명희 씨 추정인물이 하청업체 직원들을 밀치고, 삿대질을 하고, 서류를 뺏어 바닥에 던지는 등의 모습이 담겨있다. (유튜브 갈무리) 2018.4.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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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대한항공 비서실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 후 보내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같은 내용은 익명의 직원이 공개한 이메일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대한항공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이 이사장이 회사 비서실을 개인적으로 이용한 데 이어 물품값, 운송비 지급 주체가 불분명해 관련 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09년 대한항공 비서실은 한 해외지점 지점장에게 '사모님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해당 이메일에는 "지점장님 안녕하십니까? 사모님께서 아래와 같이 지시하셨습니다"라며 "(물품 이름) 제일 좋은 것 2개를 구매해서 보낼 것", "제품 카탈로그를 보낼 것"이라고 적혀있다.

메일 발신처 'DYS'는 대한항공 비서실 코드, 메일 수신처 'SSZ'는 대한항공 해외 지점장 코드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이어 "유선상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비서실 (이름) 드림"이라고 돼 있다. 사모님은 이 이사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한항공 비서실이 이 이사장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대행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오너 일가의 비리 등을 제보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도 올라왔다.

제보자는 물건 구매 비용과 운송비를 이 이사장이 결제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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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스1 DB)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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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물품을 다루는 방법과 관련,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공개됐다.

2008년 대한항공 비서실은 해외 지점장 측에 'KKIP ITEM H/D 관련 유의사항 재강조(지시)'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KKIP'는 조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일컫는 KIP(Korean air VIP) 앞에 'K'를 하나 더 붙인 코드로, 조 회장 부부를 가리킨다. 'H/D'는 핸들링(Handling)의 약자다.

비서실은 이메일을 통해 "KKIP ITEM 운송 시 Handling 관련 유의사항을 아래와 같이 재강조 하오니 국내외 지점장은 유념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비서실은 특히 메일 내용에 최고 경영층을 직접 언급한 점, 물건과 관련한 이메일 수/발신 시 특정인만 다루도록 하지 않고 불필요한 다른 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점, 메일 내용에 운송되는 물품의 상세 내용이 기술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비서실은 지점장 조치사항으로 Δ메일 수신처는 개인 단위의 최소 수신처만 지정 Δ메일 내용에 최고 경영층 명기 금지 Δ운송 물품에 대한 상세 내역 기술은 지양하고 부득이 내용물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유선으로 실시 Δ물품 핸들링 시 공항 지점장이 직접 팔로우업(F/U)하라고 적기도 했다. 팔로우업은 챙기라는 의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물품 반입과 관련된 사안은 현재 관세청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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