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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문수 선거운동도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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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벽봉사·1인시위 등 옛 방식

당내 일부 “이길 가능성 없는 후보”

김 “당 제대로 지원 안해” 불만



한겨레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재경예천군민의 날 행사가 열린 국회 운동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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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과거형’ 선거방식을 놓고 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의 ‘80년대식’ ‘태극기집회식’ 선거 운동에 자유한국당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서울시장 후보로서 첫 일정을 국회 앞 ‘댓글공작 반대’ 1인시위로 시작한 김 후보는, 극우 단체 연합인 대한민국 비상국민회의, 자유수호안보포럼 참석 등 극우·보수 쪽에 편중된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비상국민회의 창립대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시체가 되어 현충원에 묻힐 때 영혼들이 일어나 막을 것”이라는 김진 공동대표의 발언을 김 후보가 “감동적인 연설”이라고 맞받아 논란이 됐다. 이렇게 보수 단체 행사나 구청장 후보 사무실 개소식까지 포함한 당 차원 행사에 참여하는 일정을 제외하면, 김 후보의 일정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지하철 출구 인사, 주말이면 등산객 인사, 절이나 교회 순회가 주를 이룬다. 서울시장으로서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더해 나가거나, 언론 주목을 받을 만한 ‘이벤트’라기엔 힘이 빠진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17일 전태일 동상이 자리한 평화시장에서 한 봉사활동은 김 지사 개인의 과거 노동운동 이력과 서민 친화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일정이었지만, 새벽 4시에 잡히는 바람에 대중적 화제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김 후보 캠프 전략이 태극기 집회에 갇혀 있다’는 비판은 당에서 먼저 터져나온다. 문재인 정부를 타깃으로 잡고 보수 진영 결집을 노리는 김 후보가 보수단체 행사나 당 개최 시국강연회 등에서 한 발언 등이 주로 언론에 노출되면서, 김 후보가 과거 태극기 집회 참석으로 쌓아 온 ‘친박·극우’ 이미지만 재생산되고 있다는 우려다. 정작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의 ‘양강 구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문수 캠프가 초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1인 시위 때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어사 김문수가 간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도, 당에서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언제적 1인 시위냐. 그리고 혼자 출두하는 어사도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길 가능성 없는 후보를 미는 것은 당으로서도 맥 빠지는 일”이라며 일찌감치 ‘보수단일화론’을 제기하는 의원도 나온다.

반면 김 후보 캠프 쪽에선 ‘2등 전략’에 갇힌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돕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캠프 관계자는 “당에서 당사 사무실을 내준 건 고맙지만, 그 이후로 밥이라도 잘 먹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고 물어보는 일도 없더라”고 토로했다. 김 후보는 종로 등지에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차렸던 역대 보수당 후보들과 달리, 당사 3층에 사무실을 차린 바 있다. 수백만원을 훌쩍 넘기는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캠프의 경제적 사정 때문이다. 김 후보 쪽에선 당 지도부 의원을 통해 당의 언론 대응이 미진한 것 아니냐며 섭섭함과 ‘항의’를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붕 아래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단일화 없는 ‘양강 구도’를 주장해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기조가 흔들릴 위기에 놓이자 자유한국당에 비상소집령이 떨어졌다.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과 김종석 의원이 ‘정책 특보’로 투입돼, 선거운동 방향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차별점을 둘 수 있는 ‘민생 공약 발표’로 전환했다. 미세먼지 대책, 도로 지하화를 통한 교통 정체 해소,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차례로 발표됐다. 23일 2차 교통 공약발표 때 함께 나란히 선 김선동 서울시당 위원장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저녁 늦게까지 같이 공약을 쭉 점검하며 실현가능성과 예산 문제까지 검토해 나온 공약”이라며, “GTX의 설계자가 김문수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의지를, 박원순 시장과 차별화해서 갖고 있다”며 차별화 포인트까지 콕 집어줬다.

25일엔 김 후보와 서울대 동문인 이종구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가 임명돼 ‘구원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학교 다닐 때 유신 반대 데모도 같이 하며 싸웠다. 투쟁력 있고 올곧은 분”이라고 김 후보를 격려한 뒤, “최근 친박 태극기를 너무 들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보국은 당 대표 행사를 최대한 김 후보의 일정과 바짝 붙도록 조율중이다. 당 대표 일정을 챙기는 기자들을 공략해 언론노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낮 2시에 김 후보의 ‘2차 공약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면, 같은 장소에서 1시간 뒤에 홍 대표의 포털 관련 기자회견이 ‘추가일정’으로 공지되는 식이다. 실제로 25일 오전 11시 시작된 김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첫 회의’와 30분 차이를 두고 바로 옆 회의실에서 당 대표가 참석하는 ‘지방선거 필승 슬로건 로고송 발표’가 이어졌다. 또 이날 오후 2시 열린 김 후보의 ‘4차 공약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지 1시간 뒤 옆 강당에서는 홍 대표가 축사자로 참석한 ‘지방선거 SNS 득표전략 실무자 워크숍’이 진행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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