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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퇴근길 르포] “나쁨이라고 할까?” 미세먼지 예보 과정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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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보다 중요해진 미세먼지 예보, 현장에서 지켜보니



“충청까지 나쁨이라고 할까요?”

16일 오후 4시 반 서울 동작구 기상청 2층에 위치한 미세먼지예보팀에선 오후 5시 최종 예보를 위한 마지막 토의가 한창이었다.

“충청지역 하루 더 (나쁨) 뜰 거 같은데….”

예보관들은 고민 끝에 18일까지 충청권 전역에 초미세먼지(PM2.5) 나쁨 수준이 나타날 것으로 결론지었다. 곧바로 예보를 작성하고 쏟아지는 민원전화에 응대해야 했다. 이 모든 걸 수행하는 예보관들은 다 합쳐 단 3명이었다.

미세먼지 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예보 생산과정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나쁨이 예보되면 교·보육기관이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연기되는 등 5000만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예보 인력이 적고 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해 예보가 주먹구구식으로 양산되고 있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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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관은 총 9명이지만 1명은 상근하고 8명이 낮(오전 8시~오후 8시)과 밤(오후 8시~익일 오전 8시) 4교대로 근무합니다. 그나마 상근자는 민원전화 응대 같은 행정적인 일로 바빠 사실상 예보는 2명이 수행하는 셈이에요.”

오후 5시 예보를 마친 미세먼지예보팀 박정후 예보관이 말했다. 예보는 오전 5시, 11시, 오후 5시 총 3번 업데이트 된다. 사무실 내 9개 모니터엔 한국·중국 관측값, 풍향, 기온, 모델링 분석 결과 등 각종 자료가 가득했다.

베테랑 예보관들이지만 2명이 미세먼지 분석, 예보 작성·확인, 유관기관 통보까지 맡다 보니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도 예보 작성을 마친 박 예보관이 “아, 오전·오후 나누어 넣는 걸 잊었다”며 부랴부랴 작성을 다시 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파견된 신범철 예보관은 “나쁨을 보통으로 입력했다가 고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예보 작성과 에어코리아 사이트 입력 등 모든 일이 2명의 예보관의 ‘수공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미세먼지 예보가 날씨 예보만큼 중요해졌다지만 두 예보의 인프라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엄청나다. 기상청 날씨 예보 인력은 164명이다. 기온·바람·습도·강수 등 주요 요소별로 인력을 나눈 데도 각각 40명이 넘는다. 반면 미세먼지 예보 인력은 교대조를 다 합쳐도 9명, 본원인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근무자를 포함해도 22명에 불과하다.

예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컴퓨터 성능도 크게 차이난다.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의 김정훈 연구관은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쉽게 말해 5.8페타(1015)번의 계산을 단 1초 안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기상 슈퍼컴 중에서도 6위 안에 드는 우수한 사양이다”고 소개했다. 반면 과학원 예보센터가 보유한 컴퓨터 성능은 6.6페라(1013)수준이다. 기상청 컴퓨터 성능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모델 예보 정확도부터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일 방문한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는 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한 번 모델을 돌리고 나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모델 중간에 실시간 관측값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한 번 관측값을 적용하면 예보 결과가 나오는 데 3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즉 예보 결과가 3시간 전 관측값에 기반해 나오는 셈이다.

그나마 일부 관측값은 예보 산출 시 아예 적용조차 할 수 없다. 한국환경공단은 일반 관측망뿐 아니라 192개 사업장 굴뚝에서 실시간 배출량을 확인하고 있지만 이 값은 예보 산출 시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모델의 예보 정확도는 6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예보관들이 일일이 실시간 관측값을 확인하며 모델의 예측을 보정해야 하지만 예보인력이 적다 보니 정확도를 크게 높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형 예보모델을 개발하고 2019년 환경위성을 쏘아올리는 등 현 예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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