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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국 베이징대 '미투'…검열 피해 블록체인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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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SNS에서 미투 글 삭제되자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박제]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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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대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당국의 SNS(사회관계망) 검열을 피해 블록체인에 박제됐다고 블룸버그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일 베이징대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베이징대 여학생 웨신을 비롯한 8명의 학생들은 학교에 20년 전 한 여학생이 지도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한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SNS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중국 당국이 사회 안정을 흔들 수 있는 미투 운동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산당원을 대거 배출한 베이징대에서 불거진 미투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베이징대 학생들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며 동참했고 추가 고발도 나왔다.

하지만 웨신의 주장에 따르면 학교는 그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졸업을 빌미로 협박을 하다가 결국 새벽에 부모님을 대동하고 기숙사를 찾아와 온라인상에서 미투 운동 관련 모든 정보를 삭제하고 다신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그러고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 등교를 금지시켰다.

웨신은 지난 23일 모든 내용을 공개 서한에 담아 인터넷에 공개했다. 글은 위챗, 웨이보 등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곧 삭제됐다.

그러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네티즌이 글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박제해버렸다. 자기 자신에게 0이더리움을 송금하면서 거래 정보에 웨신의 글을 복사해 붙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뱅킹을 이용할 때 입출금 통장 표시내용을 작성하는 란을 이용한 것이다. 대신 은행 이체와는 달리 누구나 이 글을 볼 수 있고 영원히 지워지지도 않는다.

중국에서는 당국의 SNS 검열에 대항해 블록체인을 적극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금까지 검열을 피하기 위해 SNS에 모양을 찌그러뜨리거나 위 아래를 뒤집은 글을 올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 당국의 검열에 대항한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 중인 이삭 마오는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을 모든 대중이 따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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