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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드루킹, 고가 매크로 사용… ‘자금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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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회계법인·파주세무서 압수수색

세계일보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24일 느릅나무 출판사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구 한 회계법인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4일 서울 강남의 한 회계법인과 경기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것은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거점 삼아 네이버 댓글 조작을 진두지휘한 필명 ‘드루킹’ 김모(49·구속)씨의 자금줄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김씨가 값비싼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해 댓글 공작에 이용한 것은 막대한 현금 동원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자금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수사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단 압수수색을 받은 회계법인은 느릅나무 출판사의 회계 관련 자료를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계법인의 느릅나무 담당 회계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신도 경공모 회원이라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계 업무는 ‘파로스’라는 필명의 다른 김모(49)씨가 맡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출판사의 금전출납부를 매일 엑셀 파일로 작성해 회계법인에 보내고 원본 파일은 컴퓨터에 저장하는 대신 즉시 삭제했다”면서 “드루킹이 전부터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회계기록을 매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느릅나무에 대한 회계분석을 통해 경공모 댓글 작업의 배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드루킹 김씨가 경공모의 돈을 끌어다 느릅나무 운영에 썼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경공모와 느릅나무는 사실상 한 몸이나 다름없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경공모의 수상쩍은 자금 흐름에 대해선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의심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선관위는 지난해 5월 경공모의 금융거래 자료에서 홍보성 댓글의 대가로 의심되는 불명확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야권에선 “선관위 추적결과 시중은행 4곳의 계좌에서 2억5000만원의 의심금액이 발견됐다”며 “의심스러운 자금은 최대 8억원에 달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돈의 출처가 드러나면 댓글 조작사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사실도 밝혔다. 김씨 등은 서버를 ‘킹크랩’이라는 암호로 불렀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서버를 구축해 네이버의 인터넷주소(IP) 검증을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 구입비를 제외하고 개발자를 고용해 서버를 구축하는 비용만 한 달에 1000만원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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