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야3당의 ‘드루킹 특검’ 공세, 도대체 특검이 뭐길래? [더(The)친절한 기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

사건 터질 때마다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특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특검 제도가 정쟁 부추겨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 과거 특검 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대안


한겨레

이용주 평화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야3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했습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는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의 부적절한 거래 여부를 밝히기 위한 목적입니다. 민주당은 일단 특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인사,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대상으로 한 특검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주당은 특검과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연계해 ‘일괄타결’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특검이 일종의 정치적 거래 대상이 된 셈이죠.

도대체 특검이 뭐길래 여야가 국회를 마비시키면서까지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특별검사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정부로부터 독립된 이를 특별검사로 지명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대통령 아래에 있는 기관인 검찰이 수사를 맡게 되면 김경수 의원처럼 대통령과 깊이 관련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할 때 ‘눈치보기식’ 수사를 벌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특검제도가 그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지속적인 정치 공방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입니다.

■야당은 창, 여당은 방패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특검제도가 ‘한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습니다. 한 사건에 대한 특검을 도입하려면 그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따로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돼야만 합니다. 특검 수사의 대상은 주로 정부·여당의 고위 공직자라 과거부터 야당은 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여당은 이에 반대하는 양상이 반복돼 왔습니다.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매번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을 겪게 됩니다.

‘드루킹 특검’ 논란에서도 여당은 방패, 야당은 창의 역할을 하고 있죠. 특검을 시행하기로 여야가 합의를 해도 공방은 계속됩니다. 여당은 수사범위와 수사기간을 최대한 제한하고, 야당은 최대한 늘리려고 줄다리기를 벌입니다. 결국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결정돼야 할 특검이 때로는 다수당의 입장이나 정치적 타협에 따라 운명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2010년에 이뤄진 스폰서검사 특검(부산·경남 지역에서 근무한 검사 수십 명이 건설업자로부터 불법 접대를 받은 의혹 수사)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특검과 세종시 수정안 표결과 묶어서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바람에 특검법 제정이 미뤄졌습니다. 2003년에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현대그룹 자금이 북한에 흘러 들어간 의혹 수사)도 수사대상을 두고 정치적 힘겨루기가 벌어졌었죠.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음에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특검법이 무산된 경우도 많습니다. 용산참사 사건이나 국정원 X파일, 삼성의 불법 정·관계로비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렵사리 도입된 특검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을까요? 안타깝게도 박수를 받은 특검은 많지 않습니다. 특검제도가 도입된 뒤 지금까지 모두 12번의 특검이 이뤄졌습니다. 첫 특검은 1999년 옷로비 특검입니다. 당시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검찰총장 부인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였습니다. 60일 간의 수사 끝에 특검은 로비가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내려 실체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졸속, 불공정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겨레

옷로비 의혹사건과 관련해 국회 위증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서울지법에서 보석심리를 받기 위해 구치감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한겨레/김봉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검이 규명한 건 꼬리곰탕 가격뿐“

옷로비 특검과 같은 기간에 벌어진 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1999)를 비롯해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 대북송금 특검(2003),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2004) 등 뒤이은 특검들은 나름의 성과는 있었지만 결정적인 의혹은 밝혀내지 못 한 채 끝나곤 했습니다. 2005년에 있었던 러시아 유전 개발사업 특검은 90일 동안 무려 240여명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모든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결론내려 특검무용론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고발로 시작된 2008년 삼성비자금 특검의 경우 ‘보여주기식’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삼성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등을 파헤치기 위한 수사였지만 제보 이후 최초 압수수색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돼 증거확보에 실패했습니다. 또 삼성 핵심 간부들은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2008년 대통령 당선인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이명박-BBK 특검’ 역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BBK 주가조작 사건 공모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 차명 보유 의혹 등을 수사했지만 모두 이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검팀은 출범 당시 “필요하다면 이명박 당선인을 소환조사하겠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막상 특검이 시작되자 이명박 당선인과 삼청각 한정식집에 식사를 하면서 3시간 동안 조사를 하고 수사를 마무리지었습니다. 특검팀은 “특검이 규명한 것은 삼청각 꼬리곰탕 가격(3만2천원)” “꼬리하나 못 건진 수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후에 이어진 스폰서 검사 특검(2010), 디도스 특검(2012), 내곡동 사저 특검(2012)도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한겨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물론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특검도 있습니다. 촛불 집회의 동력으로 진행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2016)입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특검이기도 합니다. 특검팀은 최순실씨를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종범 전 국정조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0명의 정부 인사들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2번의 시도를 거쳐 끝내 구속영장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공수처 설치 반대하는 한국당

이렇듯 대부분의 특검은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 한 채 끝났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정치권은 또다시 ‘김경수 특검’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검을 둘러싼 정쟁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해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사건별로 특검 수사를 임명하는 제도를 고쳐 특검을 상설화하는 방안이 그 중 하나입니다. 정치권력과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이면서 상시적으로 고위 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건을 다룰 때마다 특검 수사 여부와 특검 대상자 규모를 두고 정쟁을 벌이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수처 설치 제안이 나온 지는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로비를 뚫지 못했기 때문입다. 공수처는 그 자체로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상시적으로 수사하는 독립기관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가진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검찰 개혁의 방안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참조: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