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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영화 잇 수다] 신기록과 스크린독과점 사이…‘어벤져스:인피니티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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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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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사전 예매 신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어벤져스3’의 돌풍에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이하 어벤져스3)가 오전 11시30분 기준 사전 예매율 94%를 경신했다. ‘어벤져스3’가 예매 관객수만 92만 6259명으로 개봉 당일 100만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어벤져스3’의 돌풍은 다들 예상한 바다. 마블 스튜디오 작품엔 충성심 강한 팬들이 있고 꾸준히 한국 시장에서 기록을 세워왔다. 지난 2012년 개봉했던 ‘어벤져스’는 707만 4867명의 관객을 동원시켰다. 서울이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한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역대 사전 예매량 최고 신기록을 시작으로 평일 개봉 외화 최고 오프닝(62만), 외화 최단기간으로 개봉 25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어벤져스3’는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의 정점을 찍는 작품으로 역대 최강 빌런으로 불리는 타노스의 등장을 예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요 히어로만 22명이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등 주역들이 내한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1000만 돌파는 당연시 되고 있다.

‘어벤져스3’는 신기록 경신을 이뤄냈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대작들이 개봉할 때마다 논란이 되어 왔다. 지난해 영화 ‘군함도’ ‘신과 함께-죄와 벌’ 등이 스크린 독과점 지적을 받았다. ‘어벤져스2’도 개봉 당시 1800개 스크린 확보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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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개봉하는 ‘어벤져스3’는 3사 멀티플렉스에서 무려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보유했다. 극장들은 예매율에 따라 상영관을 배정하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모르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다른 영화를 볼 선택권조차 없다.

여기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관람료 1000원 인상을 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멀티플렉스 3사는 요금 인상은 꾸준히 논의되어 왔던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돌풍이 예고된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관람료를 올린 것은 꼼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참여연대는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관람료 인상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군함도’ ‘신과 함께-죄와 벌’ 등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던 작품들은 멀티플렉스와 연관되어 있는 작품이라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외화인 ‘어벤져스3’의 상황은 시장의 논리라는 입장이다. 특히 신작들이 ‘어벤져스3’ 개봉일을 피해 개봉하면서 볼 영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어벤져스3’와 같은 날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클레어의 카메라’ ‘살인소설’ ‘신 전래동화’뿐이다. 이들도 맞대결이라기 보단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이에 CGV 홍보관계자는 “‘어벤져스3’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알고 있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극장의 경우 관객 선호도에 기여해서 편성해야 하는데 사전 예매율이나 반응, 고객의 관심도 등을 조합해서 스크린수를 편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배급사도 피해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어려운 경우다”고 밝혔고 롯데시네마 홍보관계자는 “프로그램 편성을 할 때 객관적인 정보와 데이터, 관람객의 선호지수 등을 종합하여 배급사와 협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어벤져스3’에 대해선 저희도 고민이다. 개봉 후에는 좌석점유율이나 수치를 기반으로 편성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찾는데 스크린을 열지 않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 또 ‘어벤져스3’와 함께 개봉하는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편성 문제로만 보기엔 어렵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맞춰 나가갸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제도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논란이 되고 문제 제기가 된 것은 수년 전부터다. 대작들이 개봉할 때마다 꾸준히 언급돼 왔다. ‘어벤져스3’의 스크린 독과점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스크린 독과점으로 논란이 됐던 ‘어벤져스2’가 개봉했던 2015년에서 3년이나 지났음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군함도’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개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영비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고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 출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최근 가졌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공정환경조성센터 고도화를 통해 실효적 문제해결 추진 구조를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매율을 바탕으로 한 선택은 독점적인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시장은 쏠림현상이 심하다. 시장의 반응이 나오는 대로만 하면 작은 영화나 시장에 맞지 않는 영화는 완전 사라진다. 극장에서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극장이 예매 결과만을 이유로 이야기하는 이상 자율적으론 해결될 길이 없다. 관객의 선택만을 따르면 안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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