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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20조원 삼성전자 지분 어디로…금융위 압박에 삼성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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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이어 '금산분리' 이슈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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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를 압박하면서 삼성그룹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 삼성그룹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현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험로가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국회, 삼성그룹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삼성생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삼성전자 주식 처리 방안을 자발적으로 내놓으라고 재차 압박했다.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강제적으로 주식을 팔기 전에 삼성이 매각 방안을 알아서 찾으라는 것이다.

이틀 연속 '경고장'을 받아든 삼성그룹은 고민이 깊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밝힐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한숨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문제는 삼성의 지배구조의 일대 변화와 시장 충격이 불가피한 메가톤급 이슈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계열사나 제3자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특혜 의혹이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 한 보험업법이 삼성만을 위한 특혜라며 법 개정이 추진됐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이 '취득가'를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할 수도 있다. 어느 방법을 통해서든, 취득원가의 시가 변경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한다. 보험업법 106조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1062만2814여주·8.23%)은 시가로 약 26조원에 달하지만 취득가는 약 5690억원(주당 5만3564원에 취득)에 불과하다. 40여 년간 시가 변동이 반영되지 않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시가 기준으로 규정을 바꾸면 삼성생명은 기준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시점과 매각 규모, 유예기간 등 구체적인 방법의 문제가 남지만 삼성그룹의 난제인 '금산분리'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귀결된다. 금융지주를 만들어 다른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현 구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삼성 내부의 고민이다.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는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룹 내부에서 처리하기에도 너무 막대한 규모의 지분이다.

금융지주사를 만들지 않는 이상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실적 문제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생명이 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이 경우 삼성이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은 2016년 1월13일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안을 제출, 사전검토 의견을 구했으나 금융위의 불가통보를 받고 2016년 4월11일 계획을 보류했다. 금융위가 반대입장을 고수하자 방모 당시 삼성생명 부사장은 4월11일 금융위에 주식매각 방안을 찾지 못해 계획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 시도는 전면 보류됐다. 방 부사장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던 손모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위로서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보류된 것 자체가 반가웠다"며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묻지 않았고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못한 것으로 추측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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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이유는 너무 큰 자금 규모와 여론 부담이다. 순환출자 고리 형성을 피하려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에는 그만한 자금이 없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물산이 그 매각대금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오는 안이 그나마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만, 애써 해소한 순환출자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는데다 대주주 일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는 이 부회장이 이같은 위험부담을 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삼성이 고민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대량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유입되며 한국 증권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 높으며, 삼성생명으로서도 국내 최고의 우량주로 불리는 전자를 대체할 투자자산을 찾기 어려워 보험가입자들의 장기이익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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