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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해설] 5G 주파수 총량 제한…공평이냐 공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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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격돌했습니다. 주파수 총량 제한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은 사용자 수에 따라 주파수 총량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이통3사에 주파수를 균등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IT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통3사는 설전을 벌였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달리기'라는 등 격한 표현도 동원됐습니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주파수 총량 제한을 없애고 최대한 많은 대역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균등할당은 5G 시대에 우물안 개구리가 되자는 것일뿐 아니라 IT산업 전체를 하향 평준화하는 것밖에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순용 KT 상무는 "지배적 사업자가 더 많이 할당받을 기회를 주는 것은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대학생은 50m 앞에서 뛰라는 소리와 같다"고 반발합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LTE에서 균등할당 정책이 반영됐다"며 "경쟁환경이 충분하진 않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경매에서 격차가 발생하면 기울어진 통신시장 경쟁 구조가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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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나누기 3은

이들이 설전을 벌이는 이유는 주파수 총량 제한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주파수가 고속도로라면 대역폭은 차로에 해당합니다. 이통사는 많은 대역폭을 확보해야 데이터 전송량과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3.5㎓ 대역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5G 시대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게 되는 셈입니다. 주파수는 이동통신3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인데다 통신 품질,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할당되는 주파수는 3.5기가헤르즈(㎓) 대역(3.42~3.7㎓) 280메가헤르즈(㎒) 폭과 28㎓(26.5~28.9㎓) 대역 2400㎒ 폭 등 총 2680㎒ 폭입니다. 다시 3.5㎓ 대역은 10㎒ 폭 블록 28개로 나뉘며 28㎓ 대역은 100㎒폭 블록 24개로 구분됩니다. 경매 시작 가격은 3.5㎓ 대역이 최저 2조6544억원(블록당 948억원), 28㎓ 대역이 6216억원(블록당 259억원) 등 총 3조2760억원부터입니다.

특히, 3.5㎓는 이통3사의 전략적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주파수입니다. 이는 3.5㎓ 대역이 전국망이기 때문입니다. 3.5㎓대역은 초고주파 대역인 28㎓ 보다 전파 회절이 강하고 커버리지(서비스 대역)가 넓은 특성이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가장 중요한 3.5㎓ 대역 280㎒을 사는데 일종의 상한선(총량 제한)을 둘 예정입니다. 총량 제안은 총 3가지 안입니다. 3.5㎓ 대역 280 대역폭의 27% 수준인 최대 100㎒로 두느냐, 40% 수준인 110㎒로 두느냐,, 43% 수준인 120㎒로 두느냐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가 한 통신사에 지나치게 많이 할당되면 통신사끼리의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고 자칫 주파수 할당대가가 너무 높아져 할당을 받지 못하는 통신사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마련한 것이 총량 제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어차피 처음, 모두 똑같이 경쟁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총량제한을 100㎒로 두기를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100㎒로 총량이 제한되면 세 업체가 거의 비슷하게 100,100,80 또는 100,90,90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거의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셈입니다.

또 5G 장비가 100㎒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이보다 낮은 주파수 폭을 할당받게 되면 장비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용량에 따른 속도 차이가 현저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5G 주파수(최대 속도 20Gbps)는 10㎒ 폭당 최대 속도가 약 240Mbps(메가비피에스) 정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100㎒ 이하로 할당받을 경우 장비 효과를 제대로 못본다"며 "특히 용량폭에 따른 속도 차이가 불가피한데, 용량을 적게 가져간 곳은 최대 1Gbps의 속도차가 예상되고 이는 곧 이용자 편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용량을 적게 가져가는 통신사는 서비스 속도와 품질이 떨어지게 되며 이는 곧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견제할 유일한 기회라는 판단도 깔려있습니다.

김순용 KT 상무는 "지난 10년간 이통사의 영업이익 80%를 1위 사업자가 가져갔다"며 "이를 고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 시작하는 5G 서비스는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통3사가 공정하게, 균일하게 동일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배적 사업자에게 더 많은 주파수를 준다면 이미 대학생인 SK텔레콤과 초등학생인 KT, LG유플러스에게 싸우라는 꼴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ICT산업 선도 위해선 총량제한 없애야

KT와 LG유플러스의 주장과 달리 총량제한이 110㎒ 또는 120㎒가 되면 계산이 조금 복잡해 집니다. 누군가가 110을 가져가면 남는 구간은 170입니다. 10㎒ 단위로 쪼개기 때문에 85㎒씩 나눌수도 없습니다. 여기서부터 KT와 LG유플러스는 머리가 아파집니다. SK텔레콤에는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가정통부가 총량을 110㎒로 정할 경우, SK텔레콤은 110㎒를 차지할 공산이 큽니다. SK텔레콤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전 3차례에 걸친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호대역을 확보했습니다.

김순용 KT 상무는 "SK텔레콤은 지금까지 경매에서 단 한번도 실패한 적 없다"며 "원하는 대역을 항상 가져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럴 경우, KT 역시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110㎒를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럼 남은 주파수는 60㎒에 불과합니다. KT가 LG유플러스를 생각해 100㎒로 조금 양보한다 하더라도 70㎒밖에는 안남습니다.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KT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SK텔레콤과 2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이미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총량 제한을 120㎒까지 올린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SK텔레콤은 오히려 총량제한을 없애길 원합니다. 자체적으로 테스트한 결과 앞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120㎒ 이상의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5G 시대에 연결사회를 꿈꾼다면, 대규모 트래픽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예상을 초과하는 트래픽이 오가는 5G 시대에 어떤 주파수 환경을 조성해야 모두가 바라는 5G 서비스를 할수 있을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선 총량 제한을 없애야만 한다"며 "상대적으로 주파수 많이 필요로 하는 사업자에게 더 많은 주파수를 할당해야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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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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