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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실리콘밸리 리포트] "블로그에 글쓰면 돈받나요?…스팀잇에선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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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스콧 스팀잇 창업자 겸 CEO 단독인터뷰

매일경제

"30일 동안 총 22편의 글을 스팀잇에 써서 499.16달러, 원화로 53만1356원을 벌었다. 스팀잇을 알기 전 브런치에 글 120개를 0원에 쓴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스팀잇으로 와서 광팬이 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 전문 자회사 언블락의 이희우 대표가 스팀잇(Steemit)에 쓴 글이다. 스팀잇의 보상체계를 분석한 이 글도 17.75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나 공유, 좋아요 등 디지털 활동을 보상받을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스팀잇 돌풍이 불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보상 없이 이익을 유통사업자(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가 가져가는 기존 디지털 플랫폼과 달리 스팀잇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즉각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블록체인 기반이어서 모든 것이 장부에 저장되고 삭제되지 않아 투명하게 공개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술이 미디어 분야에 접목된 대표적 서비스로 꼽힌다.

네드 스콧 스팀잇 창업자를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토큰페스트(Token Fest)'에서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 사용자들이 스팀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매일경제를 통해 한국의 스티머(스팀잇 이용자)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앞으로 모든 (실물) 자산은 토큰화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의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은 네드 스캇 스팀잇 최고경영자(CEO)와 일문일답.

―한국인들이 스팀잇을 많이 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은 한국인 스팀잇 유저가 있어서 놀랐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고, 심지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다. 아마 한국인들은 빠른 적응자(패스트 어댑터)들이고 스마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들이 스팀잇 글로벌 생태계 확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감사하다. 스팀잇은 콘텐츠 제작에 대한 보상을 주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첫 소셜 플랫폼이다. 이런 것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많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실제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팀잇은 실제 시장가치가 있다. 업비트와 같은 한국의 거래소에서 스팀(스팀잇 가상화폐 중 하나)을 현금화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원인이 된 것 같다. 다른 나라도 결국 한국처럼 될 것이라고 본다.

―스팀잇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스팀잇은 개방형(오픈소스) 플랫폼이며 개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앱)을 가져와서 스팀잇 기반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블록체인 내 많은 실험이 있지만 개발과 적용이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스팀잇을 개발할 때 목표는 모듈화하는 것이었다. 퍼즐을 조합하는 것처럼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스팀잇은 사흘 만에 배울 수 있다.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관련된 생태계 커뮤니티가 도와준다.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스팀잇을 창업하게 됐나. 핵심 개념은 무엇이었나.

▷실험이었다. 지금 인터넷 생태계에는 플랫폼 안에서 단순히 대화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보다 이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개발하게 됐다. 스팀잇은 사용자에게 보상을 맡긴다는 뜻에서 '두뇌 증명(프루프 오브 브레인·Proof of Brain)'이라는 말을 쓴다. 블로거들이 글을 올리고 서로 투표하면서 권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가상화폐들은 서로 가치를 전달할 때 거래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수료가 전혀 없다. 모두가 승리하는 시나리오다.

스팀잇은 '기회의 블록체인(blockchain of oppotunity)'이다. 우리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진입장벽이 가장 낮다. 모든 사람이 토큰을 지랫대 삼아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업가가 될 수 있다. 이 재정적 능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으며 그 과정도 투명하다. 또 규모(스케일)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스팀잇 위에 앱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미디어토큰(SMT)을 개발했다. SMT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SMT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SMT는 사용자가 스팀을 이용해 토큰을 개발하고 가상화폐 공개(ICO)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자 탈분산화된 장터(마켓 플레이스)다. SMT를 활용하면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누구나 ICO를 통해 투자금을 모을 수 있고 앱을 수익화할 수 있다. 이미 스팀 위에 많은 프로젝트가 나오고 있다. 토큰이 새로운 프로젝트와 새 매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SMT는 앞으로 '플랫폼으로서의 토큰(TaaP·Token as a Platform)'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인터넷을 토큰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스팀은 가상화폐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10년 후에는 수천·수만 개 웹사이트가 스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유저들이 SMT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매일경제

―SMT는 미디어에 한정된 토큰인가.

▷SMT는 앱을 통해 창작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이 콘텐츠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인센티브를 줄 뿐만 아니라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우리는 SMT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교환 규칙(오라클스 프로토콜)도 개발 중이다. 만약 여성을 위한 포럼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아이덴티티를 찾고 해당사항에 적합한 여성을 찾아주기도 한다. 각각 맞는 가상화폐와 포인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스팀은 이더리움과 경쟁하나.

▷그렇다. 이더리움은 스팀잇의 가장 큰 경쟁자다. 많은 창업가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앱을 만들고 창업하고 있으며 ICO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앱들은 소문만 무성하기도 하고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ICO를 하기도 한다. SMT는 투자유치 측면이 이더리움과 같지만 삶을 터치하는 앱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고 본다. 실제 삶을 도와주는 앱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크게 다른 부분이다.

―스팀잇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또 스팀잇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에 대한 질문이 많다.

▷지금은 스팀 회사(Steem.inc)에서 스팀을 채굴하고 있다. 플랫폼이 커지고 더 가치가 있으면 성장할 여력이 생긴다. 현재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도 갖추려고 한다. 나중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제품을 잘 만들고 인프라를 갖추며 커뮤니티 성장을 위해 플랫폼 확장과 재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디테일은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한국의 스팀잇'을 표방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팀이 많이 생겼다. 스팀 비즈니스 모델 카피가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나와도 이 같은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와 경쟁하겠다는 팀들이 나오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스팀잇을 카피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스팀에 올라가서 앱을 만드는 것은 쉽다. 스팀과 스팀 앱은 '협력 경쟁' 관계다. 예를 들어 디닷투 등 독립 앱이 스팀 블록체인 위에서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를 공유하며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스팀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지금 큰 회사들도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앙집권적 비즈니스 모델도 토큰화를 검토하고 있다. 5년 후에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기반 기술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모든 자산이 토큰화될 것이라고 본다. 실시간 시장가치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커뮤니티 모델도 토큰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토큰은 재화의 의미였지만 앞으로 사람들의 관심이나 활동, ID 정보가 모두 토큰으로 통용될 것이다. 토큰은 모든 앱을 이용하고 보는 것의 증명이 되고 포인트가 될 것이다. 즉 토큰이 일상을 침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의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사람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관심을 표현하고 보상을 받는 모든 활동이 토큰으로 표현될 수 있다.

―스팀잇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가까운 것 같다. 스팀이 어떻게 기존 저널리즘과 접목할 수 있을까.

▷만약 기자가 SMT를 발행한다면 오라클 시스템이 퍼블리셔 등을 인식해서 기자들에게 보상을 줄 수 있다. 특정 창작자가 SMT 토큰을 발행할 수 있으며 이 토큰은 오직 검증된 저널리스트만 발행하도록 할 수 있다. 큐레이션되고 검증된 콘텐츠에 보상을 주는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많은 미디어 회사들과 얘기 중이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스팀을 통해 기업가에게 인터넷을 토큰화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팀을 통해 삶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5~10년 뒤 스팀을 통해 수만 명의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가를 위한 툴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툴을 만들 것이다.

He is…

네드 스콧 스팀잇 창업자는 베이츠 칼리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지역 식품 수입업체 겔러트 글로벌 그룹에서 3년 동안(2012~2015년) 사업 운영·재무분석가로 일했다. 스콧은 2013년 야후에서 경제 뉴스를 읽다가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이후 가상화폐로 작동하는 경제에 매료됐고,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과학자 댄 라이머를 알게 된 후 2016년 1월 스팀잇을 공동 창업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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