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발표문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이 승리를 거둬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며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개발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핵 군축 협상으로 포장할 것이라는 점은 수년 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다. 특히 노동당이 비핵화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핵 위협을 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핵보유국들의 전형적 주장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발표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계단 중 하나를 자진해서 디딘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노동당 발표문은 당과 국가의 총력을 사회주의경제 건설에 모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 또는 수정할 의향을 밝혔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 핵무장 완결을 강조한 것이라면 이는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런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의 의도는 ‘비핵화 협상은 핵보유국으로서 군축 차원에서 응하는 것’이라고 미리 쐐기를 박음으로써 자신이 쥔 패의 값어치를 높이려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핵실험 중단이나 핵시설 폐기 선언은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10·3 불능화 합의 등에 따라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비핵화 의지를 과시했지만 이 모든 것은 쇼로 판명됐고, 2013년 공개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CVID)가 다가올 릴레이 정상회담의 목표이며, 그것은 결코 타협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김정은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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