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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지역사회와 손잡고 ‘상생’ 허브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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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복지 사각지대 돌보는 대학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도, 레, 미…’ 따라 해보세요.”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여자간호대학 강의실. 강단에 선 윤세환(60·여)씨가 율동을 섞어가며 ‘도레미 웃음 운동’을 소개했다. “웃음 운동은 최대한 크고 길게, 온몸으로 웃으면서 따라 해야 해요.” 오른팔과 왼팔을 번갈아 뻗어가며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던 윤씨는 “웃음 치매 예방의 가장 훌륭한 자극제”라고 덧붙였다.

마치 실제 강연 같던 이날 행사는 윤씨의 ‘치매 예방 강연’ 연습 자리였다. 이날은 서울여자간호대학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단의 ‘액티브 시니어 주민 전문강사’(이하 주민강사) 양성 심화 교육 마지막 날로, 윤씨는 27명의 주민강사를 대표해 강의 시연을 선보였다.

평소 노래교실 강사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섰던 윤씨이지만, 치매 예방 강사로서는 첫 데뷔였다. 그는 “누군가의 앞에서 ‘전문강사’라는 이름을 달고 나서는 만큼 성실히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노래 강사 이력을 살려서 치매 지식에 노래를 섞어 즐겁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 등의 주민강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마친 뒤 지난 5주 동안 치매 예방 방법과 효과적인 강의법을 집중 교육받았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간호학과 재학생들과 함께 관내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에서 치매 예방 교육을 한다.

세계일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여자간호대학 강의실에서 ‘액티브 시니어 주민 전문강사’ 윤세환(60·오른쪽)씨가 치매 예방 강연을 시연하고 있다.


서울여자간호대학이 주민강사 양성에 나선 것은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캠퍼스타운은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사회 공공 재원과 결합해 대학과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다. 시는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대학은 사업계획을 제안한 뒤 시설을 제공하고 교수와 학생의 참여를 끌어낸다.

서울여자간호대학은 13개 단위사업 대학 중 유일하게 지역사회의 치매 예방과 노인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2016년 12월부터 주민강사를 양성했다. 사업단장인 박선남 교수(간호학과)는 “노인 특화 전문인력을 배출해온 대학의 노하우를 지역사회에 공유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며 “대학과 지역의 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시에 따르면 현재 13개 대학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창업육성 △상권 활성화 △문화 특성화 △지역협력 등 4가지 분야, 80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2단계 사업에는 16개 대학이 새롭게 참여한다.

성공회대는 다문화 인식 개선과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을 위한 ‘다문화 주민 지원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에서 영등포구 다음으로 등록 외국인 수가 많은(3만2049명·2016년 기준) 구로구는 성공회대와 함께 대학생과 지역 주민 등 3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수강생들은 10회의 교육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중도입국 청소년의 특징 등을 배운 뒤 구로구 건강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중도입국 청소년의 한국 생활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지난해 하반기 1기 교육을 마친 백인혁(26)씨는 지난달부터 구로구 건강다문화지원센터에서 중도입국 청소년 10여명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백씨는 “현장에서 다문화 청소년을 만나게 되면서 학교에서 알지 못했던 지역의 다문화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6∼19세에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학교에 가지도, 한국에서 일을 배우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13개 대학의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교육부와 협력채널을 강화하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해 캠퍼스타운 사업을 대학과 지자체, 지역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국가정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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