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세 번째 멍 때리기 대회, 직접 멍 때려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멍 때리기...
22일 ‘누가누가 아무생각 없이 오래 버티나’를 겨루는 대회인 ‘멍 때리기 대회’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많은 생각과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의도로 2014년 처음 시작한 이 대회는 올해로 3회째다. 150명이 참가 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는 3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기자는 연령대와 직업군을 기준으로 선발을 하는 이번 대회에서 운이 좋게도 약 18:1의 경쟁률을 뚫고 참여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

2018년 4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너른들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에 임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대회엔 택배기사에서 부터 교량안전관리자, 철도 공무원, 기자 등 다양한 직종의 선수들이 참여했다. 하루 15시간 씩 근무 하는 택배기사 김덕관(28)씨는 “업무 특성상 쉬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 제대로 아무 생각도 안하면서 쉬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또 중간고사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최찬우(19)군은 “공부가 하기 싫어서 나왔다.”며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 ‘확률과 통계’ 수능특강을 품에 안고 대회 내내 멍을 때렸다.

조선일보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빨간색 히든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 양부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멍 때기리 대회의 규칙은 간단하다. 선수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휴대전화 확인, 졸기, 시간 확인, 잡담, 웃기, 음식물 섭취 등이 제한된다. 주최 측은 심박수 점수와 시민투표 점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다만 선수들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네 가지의 ‘히든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빨간색(마사지), 파란색(음료), 노란색(부채) 검정색(화장실 등 기타)히든카드가 있다.

한두 방울의 비는 선수들의 멍때리기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현장은 사회자가 상황을 중계할 때를 빼곤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헬퍼들이 15분마다 선수들의 심박수를 체크해 기록했다. 심박수 점수가 우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헬퍼들이 지나갈 때마다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22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서 김유섭 기자(가운데)가 직접 멍을 때리고 있다. / 양부용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대회는 90분 동안 진행됐다. 기자는 한강 다리위를 지나다니는 차량을 바라보며, 잔디 위에 돌멩이를 보며 멍을 때렸다. 빗방울이 눈꺼풀 위에 떨어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도 했다. 멍을 때림으로써 뇌가 쉬고 있던 건진 모르겠지만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졸리다는 생각.

조선일보

제 3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 양희원(15)양이 우승소감을 밝히고 있다. / 김유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우승은 어머니의 신청으로 멍 때리기 대회에 참여하게 된 성남 은행중 2학년 양희원(15)양이 차지했다. 양희원 양은 “가장 잘하는 것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김유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