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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건보재정 갉아먹는 불법 사무장병원…작년 부당청구액 783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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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환수결정액 7년간 7배 증가/인력 부족 탓 제때 환수도 못해

세계일보

의료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 빼낸 건강보험 부당청구액이 지난해 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은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환자 부담을 높이는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22일 건강보험공단의 ‘2010∼2017년 연도별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액’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환수 결정한 금액은 2010년 1130억원에서 2012년 2030억, 2014년 5500억원, 2017년 7830억원 등 급증 추세다.

지난해 환수 결정된 요양급여금액 중 사무장병원을 의미하는 ‘개설기준 위반’이 전체(6250억원)의 80%를 차지했다. 사무장병원 때문에 새나간 건보재정이 가장 많은 것이다.

2017년 말 기준 병원 유형별로 사무장병원은 의원(41%)이 가장 많았고 요양병원(18%), 한의원(14%), 약국(9%), 치과의원(8%), 병원(6%) 등의 순이었다. 개인이 차린 사무장병원이 절반 이상(57%)을 차지했고 의료생협(22%), 사단법인(12%), 의료법인(5%), 재단법인(3%), 종교법인(0.1%)이 뒤를 이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면허자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에만 의료기관 개설권을 주고 있다. 비의료인이 투자한 의료기관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부실,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이 환자 부담을 높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정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 일반 의료기관의 환자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14만원이었지만 사무장병원은 이보다 3배가량 높은 43만1000원이었다. 입원일수도 일반기관은 연평균 31.7일, 사무장병원은 57.3일이었다. 일반 의료기관의 병상 운영비율은 17.7%인 반면 사무장병원은 3배 이상 많은 55.2%였다.

건보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사무장병원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는 징수 인력이 부족해 적발 이후 환수한 금액조차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요양기관의 부당이득금 징수율은 9.1∼18.5%로, 환수결정액 중 80% 이상을 제때 거둬들이지 못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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