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대학 서열화 조장 우려 속 구조조정론 힘 받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 도입 취지 무색/ 지방 무리한 인원 배정 도마위/“경쟁 유도·통폐합 등 수술 필요”

세계일보

법무부가 22일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처음 공개한 가운데 법조계와 법학계는 “로스쿨의 서열화 조장이 우려된다”면서도 “합격률이 저조한 일부 로스쿨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당장 올해 실시한 제7회 변시만 봐도 합격률은 상위 3개 로스쿨이 70%를 넘은 반면에 하위 3개 로스쿨은 20%대에 머물렀다. 차이가 무려 40%포인트에 달한다. 하위권 로스쿨은 대부분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9년 로스쿨 도입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균형발전 취지에서 지방에 무리하게 인원을 배정한 게 문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방의 로스쿨들은 아무래도 대학입시와 마찬가지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많이 받지 못해 시작부터 좀 불리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수업 이외에 학업 보충이 필요하면 학원 등에 가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사회의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태생적 한계가 일정 부분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또 “로스쿨별로 교수들이 강의를 얼마나 충실하게 하는지, 또 학생이 강의에 만족하고 따르는지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법무부가 로스쿨 도입 10년째인 올해 합격률을 처음 공개한 건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하위권 로스쿨은 과감히 퇴출하고 로스쿨이 없는 다른 대학에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관련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변시 합격률이 발표돼야 (로스쿨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수들도 더 잘 가르치려 노력한다”며 “제대로 못하는 곳은 도태돼야 하고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로스쿨 서열화는 단순히 학생만이 아니고 학교 자체의 노력도 포함된 결과”라며 “지역별 균형발전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대학생 일부가 경쟁 끝에 수도권 대신 비수도권 로스쿨로 진학하고 변호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사건이 많은 서울로 올라오려고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이사는 “합격률 공개가 로스쿨 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로스쿨 제도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