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하남 감일동서 백제석실묘 50기 쏟아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과정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 석실분(사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서울 인근에서 이처럼 많은 백제 석실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22일 하남시와 하남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고려문화재연구원(이사장 김병모)이 2015년 11월부터 진행 중인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용지에서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굴식 돌방무덤) 50기를 발견했다. 횡혈식 석실분은 백제를 대표하는 무덤 양식이다. 직사각형으로 땅을 파서 바닥을 다진 뒤 길쭉하고 평평한 돌을 차곡차곡 쌓고 한쪽에 무덤방에 드나들 길을 만든 구조다.

이 고분들은 한성도읍기 백제 왕릉급 무덤으로 보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과 가락동, 그리고 방이동 일대 고분군이 도시 개발로 대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당시 백제 건축 문화와 생활상, 국제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부장품으로는 풍납토성에서 나오는 토기와 매우 흡사한 직구광견호(아가리가 곧고 어깨가 넓은 항아리)를 비롯해 중국에서 제작된 청자 계수호(닭머리가 달린 항아리)와 부뚜막형 토기 2점이 출토됐다. 화려한 부장품으로 미루어 보아 최고위층 무덤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공주 수촌리 유적에서 흑유(흑색 유약) 계수호가 나온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청자 계수호가 발굴되기는 최초다. 부뚜막형 토기도 처음 출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자는 당시 중국에서만 만들 수 있었고, 부뚜막형 토기를 무덤에 묻는 풍습도 중국에 있었다"며 "백제가 중국과 활발하게 교류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이 한성도읍기 백제사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백제 횡혈식 석실분은 70여 기다. 한곳에서 50기에 달하는 한성시대 석실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고분들이 이 시기 왕성으로 확실시되는 풍납토성과 매우 가까워 의미가 크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왕성과 가까운 곳에서 대규모 고분군이 나왔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문헌 사료가 부족한 한성도읍기 백제사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하남시는 석실분 28기가 밀집한 지역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공원 한편에는 석실분 15기와 유물을 전시할 박물관이 들어선다.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