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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완전고용'에도 더딘 임금상승…日의 수수께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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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한국은행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저임금·저생산성 비정규직 중심 고용 확대가 원인"]

머니투데이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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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은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의 노동시장 상황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최근 일본 노동시장은 양적 측면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실업률(2.8%)은 자연실업률(2017년 3.6%)을 크게 하회했다. 노동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에 있어, 각 기업들은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용여건 개선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일본의 2010~2017년 연평균 명목 임금상승률은 0.1%에 그쳤다. 임금수준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96%에 불과하다. 일본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뜻하는 춘계임금협상(춘투) 상승률도 2000년 이후 2%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노동의 대가인 임금 상승은 정체되고 있는 현 상황을 두고 '일본 노동시장의 수수께끼'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2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일본 임금상승 부진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그 이유로 "저임금·저생산성의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은은 우선 이같은 현상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여성과 노년층의 노동참여가 늘어난 결과라고 봤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일본의 전체 취업자 중 여성 비중은 2000년 40.8%에서 지난해 43.8%, 같은 기간 노년층 비중은 7.5%에서 12.4%로 급증했다.

문제는 여성과 노년층 일자리가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2000~2017년중 늘어난 여성과 노년 임금근로자의 각각 94.4%, 84.5%가 비정규직이었다.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5.5%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증가로 노동자의 협상력이 약화된 것도 임금 상승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노조 조직률은 2000년 21.5%에서 2017년 17.1%로 감소했다. 일본 경제가 오랜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만큼 노사협상에서도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노동 수요 측인 기업도 저임금·비정규직 위주로 고용을 늘려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일본 경제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 연평균 1.4%에서 최근 0.5% 수준까지 둔화되면서 임금 상승 여력도 부족해졌다.

이 밖에 한은은 일본 사회의 고유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취업난 속에서 열악한 고용여건을 제시 받았던 '취업빙하기 세대'가 최근 중장년층에 진입하면서 예전 세대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 고령화에 따라 사회복지부문 종사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정부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임금상승을 억제한 점도 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임금상승 둔화는 가계소득과 민간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져 아베노믹스가 꾀하는 낙수효과를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또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과 노년층에 의존한 현재의 인력 공급 구조를 지속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성, 노년층의 추가 투입이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할 경우 결국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과 경제·인구구조가 비슷한 한국도 이를 '남의 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기회복,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노동의 수요 우위 기조가 지속되더라도 일본과 같이 저임금·비정규직 위주로 고용이 확대되고 노동생산성 개선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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