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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북 핵실험 중단 선언...트럼프는 긍정 평가, 보좌진과 전문가들은 경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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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 평가와 경계론이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큰 진전”이라고 환영했지만 백악관 참모진과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핵폐기 약속과 거리가 멀다며 신중론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한의 발표가 나온지 한 시간여만에 트위터에서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또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덫을 놓은 것일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은 합리적이며 기꺼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약속들을 제안한 것이며 이마저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이번 발표는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이들은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의 캐서린 딜 연구원은 CNN에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가능성을 확실히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실험을 중단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핵과 미사일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도 트위터에서 핵폐기 언급이 없고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긍정적 신호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패(game changer)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은 이성적이며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서 “북한의 선언은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실험 동결을 세계적 핵 군축을 위한 진전으로 설명했다며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과의 상호 군축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은 폴리티코에서 “북한은 계속된 양보를 통해 타협을 원하고 평화의 옹호자로 보이길 바란다”며 “이는 미국이 비타협적으로 최대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실패하더라도 미국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들도 기대와 신중론을 동시에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김정은 정권이 핵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겠느냐는 부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강하다”면서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동시에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는 점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대북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2017 국가별 인권사례보고서’에서 북한을 “김씨 가문이 60년 넘게 이끌어온 독재 국가”로 규정하고 “거의 모든 보고 대상 분야에서 북한 국민은 지독한 인권 침해에 직면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할 방침이어서 이 문제는 양국간 쟁점이 될 수도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 문제도 언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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