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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리 보는 남북회담] "보고 싶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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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13일 평양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분단 55년 만에 첫 회담(왼쪽)을 가졌고, 7년 뒤인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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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다. 오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전 세계가 '한반도의 봄'을 주목하고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인 한반도에도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더팩트>는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회담의 장소와 동선, 일정 등을 미리 들여다본다.

문재인 대통령, 다시 '한반도의 봄'을 불렀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반갑습니다, 보고싶었습니다."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27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땅을 밟았다. 순안공항에 착륙한 전용기에서 내린 김 전 대통령을 트랩 바로 아래서 기다리던 사람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두 손을 마주잡았고, 김 전 대통령의 인사는 짧고 명쾌했다.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이다. 분단 55년 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2박 3일간 이뤄졌다. 북한 어린이들은 꽃다발을 건네며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했다. 공항 환영 행사가 끝날 무렵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탄 차량에 동승해 '파격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회담은 이튿날인 14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진행됐다. 김 전 위원장은 "(출발 전) 아침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계란 반숙을 절반만 드시고 떠나셨다고 하셨는데 구경오시는데 아침 식사를 적게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에 오면 식사를 잘 할 줄 알고 그랬습니다"고 말해 장내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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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난 2000년 방북 당시 모습./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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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회담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모두 5개 사항이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 △남과 북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한다 △남과 북은 2000년 8월 15일에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합의한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간다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한다 등이다.

두 정상은 남과 북의 통일방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고, 향후 대화를 통해 통일방안의 접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담을 기점으로 이산가족 상봉, 남북 경제협력, 남북 사회문화 교류 활성화 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7년 뒤, 남북 정상은 다시 만났다. 두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었다. 분단의 증거인 '금단의 선'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넘은 것이었다. 평양 모란봉구역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남북의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서로 "반갑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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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 2007년 10월 2일 오전 9시 5분 국가원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남북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하고 있다./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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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도 2박 3일간 머물렀다. 다음 날인 3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전 위원장은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하늘길을 열었고, 노 대통령께서는 육로로 온 것이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주변 경관이 좋아서 편하게 왔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으면서 제 스스로 감동을 느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후 시작된 회담에서 "내일(4일) 오찬을 평양에서 여유있게 하시고, 모레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의전 등의 문제로 정중하게 고사했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10·4선언'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정전체제의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직접 관련된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 내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협력해 추진하는 데에 합의했다. 또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공동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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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10월 방북 당시 모습./2018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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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1년 동안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계승 의지를 밝혀온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반도의 봄'을 부르려 한다. 세 번째 남북 정상 간 만남은 평양이 아닌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단 하루' 동안 열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문 대통령의 손을 잡은 '역사적 장면'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분단 6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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