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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물컵이 쓰나미 될 줄이야… 사면초가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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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직원들 '갑질제보' 채팅방 개설 ②관세청, 명품 밀반입 의혹 조사

③국토부, 조현민 등기이사 불법성 감사 ④"社名 교체" 靑청원 봇물

업계 "趙 전무 물컵갑질 논란 안일하게 대응하다 분노 여론 키웠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뿌리기 '갑질 폭행' 사태가 조 전무의 항공사 등기이사 자격에 대한 국토교통부 조사, 총수 일가(一家)의 면세품 밀반입에 대한 관세청 조사로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회사 직원 등 500여명이 "조씨 일가를 몰아내는 궁극의 목표를 위해 알고 있는 비리를 모두 공유하자"며 소셜 미디어에 채팅방까지 만드는 등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조 전무의 개인·업무용 휴대전화 2대와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의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물컵 갑질'이 알려지자마자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고, 수사에 필요한 증거들이 훼손되거나 삭제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조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무가 사람을 향해 컵을 던졌다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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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도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0년 3월~2016년 3월까지 6년 동안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외국인은 국내 항공사 등기 임원이 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국토부는 "법률 자문 결과 조 전무가 이미 사임해 항공사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6년간 이런 사실을 묵인 또는 방관한 국토부의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에는 대한항공에서 '대한'이라는 이름을 빼야 한다는 등 최근 1주일 새 400건이 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다가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양배추·체리에서부터 값비싼 드레스·가구까지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밀반입했고, 이 과정에서 항공기와 직원들을 사적(私的)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물품 반입을 위한 전담팀이 있다' '인천에 들어오는 특정 비행기는 오너 일가의 직구용 수송기'라는 전·현직 기장과 승무원 내부 증언까지 나온다. 대한항공 측은 "상당 부분은 과장되거나 허위"라고 주장했다. 관세청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조양호 회장 일가의 최근 5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사에 나섰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면 배임이나 탈세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전무의 '갑질' 사태 이후 비난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대한항공은 "현재 경찰 수사 등이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 등을 내놓겠다"며 일주일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근절 대책을 내놓지 않아 사태를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는데,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뒤늦게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조 전 부사장은 구속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조 전무는 이메일로만 사과했고, 대한항공은 대기 발령 조치만 취했다"며 "그때 당장 '모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며 제대로 사과하고 근절책을 마련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이번 사태가 조현아 전 부사장을 무리하게 복귀시키려다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물컵 갑질' 논란이 벌어지는 사이 대한항공 주가는 7.1% 떨어져 시가총액 2400억원이 사라졌다. 재계에서는 "대한항공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분위기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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