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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내 책을 말한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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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세계 문학사에서 손꼽을 위대한 작가다. 필자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읽고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독자가 수두룩하리라. 그의 소설을 자기 팬들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했던 아이유처럼.

조선일보

박지원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철저하게 통속적이다. 가난에 시달렸던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야 했다. 그는 소비자의 반응에 매 순간 촉각을 기울였고, 신문에 난 자극적 범죄 기사를 게걸스레 찾아 읽은 후 소설 소재로 썼다. 이 통속성, 이 상업성이 그의 심오한 사상과 만나 대작들이 탄생했다.

아이돌의 노랫말을 도스토옙스키 작품과 비견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둘의 공통점은 있다. 뭇 대중을 열렬하게 매혹하는 어떤 이야기에는 이 세계의 영원한 비밀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통속적이고 상업적인 것을 '가볍고 의미 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것만큼 인문학의 본질과 멀리 떨어져 있는 태도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아이돌을 인문하다'(사이드웨이)를 쓰면서, 몇몇 아이돌의 노래에 '정말로' 푹 빠져들었다. 책을 탈고한 후에도 중독된 듯 듣고 또 듣고 있다. 그들의 스토리텔링과 그들의 퍼포먼스, 무엇보다 그들이 내뿜는 '젊음의 밝은 힘'에 경탄하면서.

내가 그들의 노래와 사랑에 빠진 만큼 아이돌의 열혈 팬도 문학과 철학의 '어려운' 책들을 친숙하고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이 따라 부르는 통속적 노랫말 속에도 동서고금의 반짝이는 인문적 성취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그들 또한 은연중 알아채지 않을까?

이 책의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바라건대, 그럴 수 있기를.




[박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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