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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책과 삶]과학기술 발전이 왜 재앙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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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실패

마쓰모토 미와오 지음, 김경원 옮김, 전방욱 감수 | 이상북스 | 368쪽 | 2만3000원

경향신문

183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영국에서 보일러 폭발 사고가 잇따랐다. ‘19세기는 보일러 폭발의 세기’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고압 증기기관을 도입한 보일러가 문제였다. 법에는 보일러 안전 규정이 없었고, 감독 관청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술 과도기의 ‘천재’일까, 아니면 ‘인재’일까.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존층 파괴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삼풍백화점 붕괴는?

저자는 과학·기술·사회의 경계면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조재(구조적 재앙)’라고 부른다. 구조재는 왕왕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명확한 해결책도 제시되지 못한다. 과학기술에 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 곧 ‘지의 실패’가 발생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왜 재앙을 막지 못하는가’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여러 실패 사례가 나온다. 저자는 원인을 과학기술과 사회학의 단절, 사회학자와 과학기술자의 책임회피에서 찾는다. 과학기술의 문제도 결국 인간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보고, 과학기술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해결도 과학기술 만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본다. 지의 실패가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상태”인 만큼,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일본에서 책을 출간한 것은 2002년이다. 이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한국은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두 참사를 언급하며 이렇게 썼다.

“차마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그런 사건이나 사고에 깊이 관여하는 사회 전체의 문제, 즉 사회의 어느 부분을 보더라도 비슷한 구조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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