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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반쪽 성과 갖고 美서 돌아온 아베…기다리는 건 '스캔들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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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스캔들 추가 증거·여기자 성희롱 대처에 비판론 '비등'…내주가 '고비'

방미 성과 놓고도 비판론…정치권 비판의 칼날, 아베 총리 조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왔지만 그의 앞에는 한층 더 커지고 다양해진 스캔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학스캔들의 새로운 증거들이 연일 제기되는 가운데 재무성 차관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과 정치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다음 주가 향후 일본 정국을 예측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NHK에 따르면 이날 문부과학성은 3년 전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당시 총리비서관이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케(加計)학원 관계자와 수의학부가 들어서는 에히메(愛媛)현 직원 등을 만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이 부처 내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팔짱을 낀 채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개된 이메일은 내각부가 문부과학성에 보낸 것이다. "(에히메현 직원과 가케학원 관계자가) 오늘 15시부터 야나세 비서관과 면담한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면담이 실제로 성사됐는지까지는 적혀있지 않지만, 이 이메일은 에히메현측이 공개했던 의혹 문건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문부과학성의 발표로 문건 속 내용을 부정했던 아베 정권과 야나세 전 비서관은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처럼 가케학원 스캔들이 확산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재무성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의 여기자 대상 성희롱 의혹은 일본 정계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후쿠다 차관이 여기자들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간지 보도가 제기된 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후쿠다 차관을 두둔하며 계속 의혹을 부정했다가 결국 지난 18일 뒤늦게 사실상의 경질을 발표했다.

후쿠다 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태는 진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피해 여기자의 회사가 뒤늦게 반발하며 비판 여론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후쿠다 차관은 피해 여성이 직접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기억에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는데, 피해 여기자가 속한 TV아사히가 그가 사퇴한 뒤 구체적인 발언 일자와 상황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

여기자 성희롱 의혹으로 경질된 일본 후쿠다 재무차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8일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질된 일본 재무성의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이 재무성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주간신조는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말을 하는 후쿠다 차관 추정 인물의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그가 반복적으로 여성 기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2018.4.18 bkkim@yna.co.kr



재무성은 피해자에게 나서서 신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재무성의 조사방식을 비판하는 인터넷 서명 운동에는 이틀간 3만5천 명이 참여했다.

후쿠다 차관의 거짓말이 부각되면서 아소 부총리의 사퇴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입헌민주당 등 야권 6개 정당은 아소 부총리의 퇴진을 주장하며 국회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나타니야 마사요시(那谷屋正義) 민진당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은 20일 아소 부총리에 대해 "취해야 할 길은 하나뿐이다. 계속 자리에 있게 할 수는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악화된 국내 여론을 만회하는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처럼 사학스캔들이 확산되고 여기자 성희롱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귀국 후 오히려 더 큰 비판 여론과 맞닥뜨리게 됐다.

마침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언급하기로 한 성과를 얻은 반면 통상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도 일본 내에서 거센 상황이다.

연합뉴스

아베와 '사학 스캔들' 이사장·측근 한자리에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의 '사학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오른쪽) 관방부장관의 2013년 5월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가운데는 아베 총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이다. 2017.6.21 jsk@yna.co.kr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의 귀국 직후인 다음주가 여러 스캔들이 한풀 꺾일지, 아니면 오히려 더 커져 아베 정권의 존립마저 흔드는 상황이 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야는 가케학원 스캔들의 야나세 전 비서관을 다음주 중 국회에 소환하자는데 이미 뜻을 모은 상태다. 여권은 소환 중 참고인 조사인 '초치(招致)'를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소환 가운데서도 위증하면 위증죄(3개월~10년의 징역형)를 물을 수 있는 '환문(喚問)'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야권에서는 공격의 대상을 정권의 핵심인 아베 총리로 집중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의혹이 논란이 되는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과 달리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케학원 스캔들은 총리 관저의 관여 여부가 핵심이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그만두지 않으면 문제의 핵심을 끊을 수 없다"며 아베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일본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매주 토요일 국회 앞에서 아베 총리 사퇴 촉구 집회를 열고 있는데, 참가자 규모가 점점 커져 지난 14일에는 3만명이 집결했다.

연합뉴스

"아베 내각 총사퇴하라"
(도쿄 교도=연합뉴스) 14일 오후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사학스캔들을 둘러싼 재무성의 문서 조작 및 아베 총리 측근의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연루 의혹에 항의했다. 2018.4.14 choinal@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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