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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통한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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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10보(135~146)=백은 서둘러 하 중앙으로 손을 옮겨 흑 모양을 다듬었다. 중앙 쪽을 먼저 당해서는 여전히 조금이나마 백이 앞서는 상황. 하지만 아직 절망할 정도로 판이 기운 건 아니다. 열심히 추격할 여지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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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두 선수는 빠르게 수순을 진행했다. 안국현 8단도 굳이 시간을 들일 곳이 아니라고 판단,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것도 아니었지만, 이후 역습을 위해 시간을 아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탕웨이싱 9단의 144를 보고 145를 놓기까지도, 그의 손길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떨어지는 146을 본 순간, 어두운 기운이 불시에 안국현 8단의 뒷덜미를 엄습했다. 차분했던 그의 움직임이 갑자기 부산해졌다. 괜히 머리카락을 한 번 만졌다가 얼굴을 한 번 쓸어본다.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가 뒤로 젖혔다가를 반복하는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잔뜩 배어 있다. 뺨은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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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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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고가 날 곳이 아니었다. ‘참고도’처럼 흑1로 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탕웨이싱 9단도 이를 몰랐던 건 아니었을 거다. 그는 144를 두면서 아마도 나중에 A로 끊는 수 정도를 노리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안국현 8단 스스로 스텝이 꼬이더니 덜컥 문제의 빌미를 만들어줬다. 탕웨이싱 9단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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