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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이돌 음악에서 길어올린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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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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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인문하다-문학과 철학으로 읽는 그들의 노래·우리의 마음
박지원 지음/사이드웨이·1만8000원


대중문화의 수많은 갈래 속에서도 ‘아이돌’ 음악에 대한 평가는 특히 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 목적만 앞세워 만든 대량생산품’이란 인식 아래 아이돌 음악을 소비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질서에 순응하는 행위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영감을 받았다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수많은 청년들에게 ‘알을 깨고 나오는’ 꿈을 꾸게 만든 맥락을 한번 되새겨보면 어떨까.

<아이돌을 인문하다>의 지은이 박지원은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는 모두 상품이면서도, 또한 상품을 넘어서 있는 존재”가 아닌가? 대중문화에 대한 발터 베냐민의 인식을 이어받은 듯한 지은이는, 책 속에서 46곡의 대중음악의 가사들을 하나씩 되새겨보며 ‘상품을 넘어서는 존재’로서 우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등 아이돌 음악의 범주에 들지 않은 노래들도 있지만, 대체로 방탄소년단, 워너원, 트와이스 등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이 주된 대상이다. 각각의 곡들에 ‘성장’, ‘이름’, ‘자의식’과 같은 열쇳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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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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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런 식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워너원의 대표곡 ‘나야 나’를 보면서, 지은이는 “무엇보다 먼저 돌봐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며 ‘자기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노 모어 드림’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를 언급하며 “단 하루를 살아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으로서 ‘반항’의 가치를 말한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부정 입학 문제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집회에서 ‘떼창’으로 불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지은이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떠올렸다. “예술가가 자신의 영혼에 충실하면서 맑은 감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노래는 언제든 다시 발견되며 사람들을 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트와이스의 ‘치어 업’을 두고, “사랑의 진실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 안의 힘에 있다”며 노랫말 속 성별 고정관념을 비판적으로 짚어내기도 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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