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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대법, 원세훈에 4년형 확정… 박근혜정부 때와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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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 33개월만에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등 유죄 인정, 새 증거도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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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댓글 개입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징역 4년을 확정하며 5년 여에 걸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 전원합의체가 같은 사안에 대해 33개월만에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놓은 데는 정권이양, 사법부 수장의 교체 등 변화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원 전 원장 사건은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이 있었는지 △원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2015년 7월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당시 전원합의체는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내역을 수록한 2개 전자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즉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적 행위 자체가 있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유·무죄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당시 대법은 원 전 원장의 공선법·국정원법 위반 혐의 모두에 일부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최종적인 사법판단의 권한을 가진 대법 전원합의체가 국정원의 사이버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일부러 회피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의 정당성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슈인 만큼 대법이 알아서 몸을 사렸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올해 초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의 파기환송 전 2심 판결을 전후해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등 내용을 당시 청와대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문의에 따라 원 전 원장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파악해 알려주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사법개혁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2015년 7월 대법의 파기환송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던 원 전 원장도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재차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전 대법 전원합의체가 증거능력을 부정한 2건의 전자파일 대신 새로운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파기환송심은 원 전 원장 재직 시절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 등 검찰이 새로 제출한 증거를 반영해 원 전 원장의 공선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재차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장도 바뀌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 전원합의체는 파기환송심이 증거로 채택한 녹취록 등을 근거로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이 공선법·국정원법 모두를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33개월 전 대법이 애써 유·무죄 판단을 피해가려 했던 것과 다른 태도였다.

이어 국정원이 엄격한 상명하복 질서가 존재하는 정보기관이라는 점, 원 전 원장이 수차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을 독려해 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공모관계에 있다고 인정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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