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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녹취록 복구'가 뒤집은 원세훈 재판…5년 만에 실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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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종북좌파가 다시 정권잡으려 한다" "금년에 잘 못 싸우면 국정원 없어진다" '사이버전' 적극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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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제18대 대통령선거 개입 혐의가 5년여 간의 재판 끝에 사실로 인정됐다. 여기엔 파기환송심 막바지에 제출된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 전 원장은 내부 회의에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을 반복적으로 지시했다"고 다수의견을 통해 지적했다.

다수의견은 "원 전 원장은 특히 직원들에게 집권여당의 성과를 옹호하고 야당의 주장을 비판하도록 지시했다"며 "원 전 원장의 지시는 업무 지시사항으로 간주돼 직원들의 업무수행 지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파기환송심 선고 직전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통해 입증된 부분이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이 불구속 기소됐던 2013년에도 해당 녹취록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발언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들이 대거 삭제돼 있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원은 '적폐청산 TF'를 꾸려 삭제본을 복구했고 검찰은 복구한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보면 특정 정치세력을 '종북좌파'로 규정하면서 당시 정부와 야당을 옹호하는 여론을 조성하라는 원 전 원장의 지시가 다수 적혀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21일 회의에서 "지난 선거 때 전쟁과 평화 이런 것 해가지고 국민들이 위기 의식을 느껴 갖고 전쟁 안 해야 된다. 그러니까 2번 찍자 이런 식으로 돼선 안 된다"며 국정원이 야당 쪽 후보를 배척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2011년 11월18일 회의에서 "서울의 경우 비정당,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는데 그쪽에서 내놓은 게 문제다. 두 번째 공약이 국가보안법 철폐고, 세 번째가 국정원 없애겠다는 거다. 이런 쪽 사람이 시장이 됐는데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검찰이 주목한 것은 2012년 2월18일 발언이다. 여기서 원 전 원장은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한다"며 "우리 국정원은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야당에 대한 사이버공작 활동을 독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원 전 원장의 지시는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문서화됐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야당 및 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을 여당이 확보하는 작업에 매진해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 허위정보 유통, 선동에 따른 민심 왜곡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이는 심리전단의 존재와 댓글공작 활동을 몰랐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졌다.

전원합의체는 이를 토대로 다수 의견에서 "원 전 원장은 제18대 대선 국면에 접어든 후 외부에서 사이버팀에 의한 불법 선거운동에 관한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집권여당에 대한 홍보활동을 계속 해나갈 것을 직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사이버팀 활동 내역을 보고받고 업무방향에 대해 지시했다"며 원 전 원장에 징역 4년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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