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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미국 백악관의 전쟁은 진행형, `무역전쟁파` 대 `협상파` 대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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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7]
전쟁파 나바로·라이트하이저·로스
협상파 므누신·커들로 팽팽한 대결
트럼프, 상황 따라 번갈아 힘 실어주며
중국 '당근과 채찍'으로 조련 전략
WSJ "중국, 80년대 일본과 달라"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백악관 참모들 노선이 '무역전쟁파'와 '협상파'로 극명히 갈리고 있다. 무역전쟁파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그리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협상파엔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하며 견제 대상 국가임을 명백히 했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조치는 협상용 전술이 아니다"며 "국가안보 전략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라고 말했다. 또 "전략적 경쟁자라는 의미는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안보에서 모두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나바로 국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경쟁구도를 매우 심각하고 바라보고 있다"면서 "미국인들로서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인식하는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재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하려는 걸 저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걸 암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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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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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정책을 배후에서 지휘한 인물로 지목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이 지난해 8월 백악관 회의에서 윤곽이 잡혔으며, 이 전략의 최초 입안자가 라이트하이저 대표라고 이달 초 전했다.

WSJ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대중국 무역 적자 현황을 정리한 차트를 보여주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정식 조사를 시작으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이는 며칠 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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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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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역전쟁을 이끄는 한 축으로 평가받는 로스 장관은 16일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북한·이란과 거래해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ZTE는 임직원을 질책하는 대신 보상을 함으로써 상무부를 오도했다"며 "이런 끔찍한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로스 장관은 이달 초엔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해 미국 경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 CNBC방송에서 "우리가 지식재산권에 근거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상응해 중국이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무역전쟁을 개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일생을 해결사로 살았다. 대중국 관세는 그가 처음 겪는 논란도 아니다"며 "몇몇 대통령은 우리를 적자에 몰아넣었지만, 트럼프는 이 적자에서 우리를 구해줄 대통령"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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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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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 국장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지난 8일 므누신 장관과 커들로 위원장은 일제히 '협상타결론'을 띄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과 토론을 이어가겠다"며 "무역전쟁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무역전쟁을 절대 바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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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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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들로 위원장도 11일 CNBC에 출연해 최근 중국의 경제 개방 움직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내 생각에 우리는 몇몇 쟁점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무역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지난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 출연해서도 "아마도 중국은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그렇게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협상의 천재'라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봐가며 전쟁파와 협상파에 번갈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이달 초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1300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공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러나 중국이 다시 5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놓자 8일 트위터를 통해 "무역 논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시진핑 주석과 나는 언제나 친구일 것"이라고 하는 등 '톤다운'에 나서고 있다. 당근과 채찍으로 중국 정부를 조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뜻대로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미국이 80년대 일본을 주저앉힌 방식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일본과 근본적으로 다른 상대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은 1985년 엔화 가치를 두 배 절상하는 '플라자 합의'에 대해 항의할 수 없었으며, 중국처럼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WSJ는 오히려 현재의 중국은 1980년대 인도와 비슷하다며 당시 미국이 인도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환율 합의를 종용했으나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모습과 비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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