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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 읽다]비행기의 창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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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가장 설레이는 시간은 비행기에 타는 순간이 아닐까요.안전한 운항은 과학기술에 대한 과신이나 방심이 아닌 규정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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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비행기는 수많은 과학기술이 집약된 종합예술입니다. 엔진이나 기체는 물론이고, 내부의 시스템도 한치의 오차가 없이 가동돼야 안전이 확보되는 하늘의 이동 수단입니다.

해외여행 가실 때 좁은 이코노미석에 앉아 긴 시간 피곤에 절어 있다면, 비행기 곳곳에 배치된 과학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좌석에 앉으면 우선 창밖부터 내다봅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보는 풍경이 색다른 맛도 있겠지만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내다 보는 비행기의 창은 둥근 모양입니다. 보통 건물의 창이 네모 모양인 것과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디자인이 아름다워서는 아닙니다. 운항 중 사고를 막기 위한 과학적 고민의 결과입니다. 비행기는 난기류와 공기 저항을 피하기 위해 높은 고도에서 운항합니다. 비행기의 기체는 온도와 기압 차를 많이 받게 되는데 기상 악화나 안팎의 기압 차가 커지면 기체가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때 네모 모양의 창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으면 압력이 네모난 모서리로 집중되면서 금이 가고 깨지게 됩니다. 그러나 둥근 모양으로, 모서리가 없으면 외부의 압력이 분산되면서 충격을 덜 받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운항 중이던 영국의 한 여객기가 공중 분해된 이후 사고 원인을 조사하면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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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창은 네모가 아닌 둥근 모양입니다.[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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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사각형으로 된 '드 하빌랜드 DH 106 코멧' 여객기는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로 1949년 7월 성공적으로 취항했습니다. 하지만 1953년 5월 운항 중이던 코멧기가 공중분해된 데 이어, 이듬해는 2건의 공중 폭발사고까지 발생합니다.

같은 기종의 비행기 모의실험으로 밝혀진 사고 원인은 창이 깨지면서 외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기체가 함께 찢겨 나가면서 공중분해 됐습니다. 코멧기 자체의 몸통이 가늘고, 기체의 표면이 너무 얇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창이 깨지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사건들로 코멧기의 제작사인 영국의 해빌랜드사는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모든 비행기에 적용했던 사각형 창은 둥근 창으로 바뀝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모든 문도 모서리가 없는 둥근 모양으로 만들고, 우주왕복선과 심해잠수정 등 강한 압력이 예상되는 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탈 것은 둥근 모양의 창을 사용하게 됩니다.

둥근 창 모양 이외에도 비행기의 창에는 보험이 하나 더 들어 있습니다. 바로 창에 있는 작은 구멍입니다. 비행기의 창은 세겹의 유리로 만드는데 가운데 유리창과 바깥 유리창 사이에는 공기층이 있고, 구멍은 가운데 유리창에 있습니다. 기내의 공기압을 조정하는 용도입니다. 흔히 '숨통'이라거나 '흘림구멍'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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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창에 뚫린 구멍.3중창의 가운데 유리창에 뚫려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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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등 위급상황으로 기내 압력이 증가하면 이 구멍으로 압력이 밖으로 흘러 바깥 유리창만 깨지도록 설계 됐습니다. 안쪽과 가운데 유리창은 손상이 없어 기내 승객들은 안전하게 합니다. 이 구멍은 1997년 다임러크라이슬러 항공사가 특허를 출원해 이후 제작되는 모든 비행기의 창에는 이 흘림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항공기 제작사의 유리창 테스트 과정입니다. 객실의 유리창은 3중창이지만 조종석의 창은 그 보다 더 두꺼운 5중창으로 만듭니다. 보잉사는 특수 제작된 공기총에 3㎝의 얼음탄환을 객실 유리창에 발사해 안전성을 테스트합니다. 조종석의 창에는 중량 2㎏의 죽은 닭을 초속 600~700㎞의 속도로 발사해 새와 충돌시에 대비한 안전을 테스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종실의 문은 테러에 대비해 방탄·방폭 처리돼 있고, 안쪽에서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장과 부기장은 같은 음식을 먹지 않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혹시 상한 음식을 먹어 이상이 생기더라도 한 사람은 무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사고는 기체결함보다 '인재'일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은 과학기술에 대한 과신이나 방심이 아닌 규정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착륙 때 창 덮개를 여는 것도, 테이블이나 등받이를 원위치하는 것도, 휴대폰 사용을 멈추는 것도 모두 안전을 위한 것임을 명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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