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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국외출장 의원 전수조사, 거부할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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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이날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한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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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를 불러온 외유성 국외출장 논란이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로 번지고 있다. 16일 밤 청와대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엔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개설 하루 만에 17만여명이 서명했다. 여기엔 김 원장 사퇴에 대한 반발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관행화한 ‘외유성 출장’과 ‘셀프 후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개선 요구 또한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사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외유성 국외출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피감기관 16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19대와 20대 국회에서 피감기관 지원으로 국외에 간 사례가 더불어민주당 65번, 자유한국당 94번으로 드러났다. 의원 전수조사를 할 경우엔 수백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런 국민의 요구에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의원 국외출장 논란을 보며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면서 기준 마련을 약속했다.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 전수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며 전수조사에 동의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사찰을 이유로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의원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정권의 나쁜 의도가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기식 원장이 사퇴하고 국회의장까지 필요성에 공감한 이상, 국민의 전수조사 요구를 무시할 명분은 없다. 더욱이 선관위는 피감기관이 비용을 댄 국외출장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관행적 외유가 위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2016년 제안한 독립적인 의원 외교활동 심사기구 설치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외부 인사들이 의원 외교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이 방안은 여야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국회는 거듭난다는 각오로 스스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미 국회의 신뢰도는 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상태다.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거부해서는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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