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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 정보격차 없앨 정부 컨트롤타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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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나는 12년 전 교통사고로 목 이하가 완전히 마비되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입술로 움직이는 특수한 마우스 그리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덕분에 대학에서의 강의는 물론이거니와 내 분야에서 연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컴퓨터는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한다.

컴퓨터뿐이겠는가. 2010년 이후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컴퓨팅은 나 같은 장애인에게도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 기술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주저 없이 휴대폰 문자라고 할 것이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때로는 눈이 되기도 하고 또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기 때문에 이동이 제한된 이들에게 큰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가 소위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이다. 우리말로 정보격차라고도 하는데 정보통신이 발달되면 오히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사람들은 밤에 나갈 때 각자 호롱불을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오늘날 별도의 등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어디를 가든 스위치만 올리면 사방이 환해질 정도로 여기저기 전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컴퓨터는 마치 등불처럼 될 것이라고 한다. 누가 어디를 가나 컴퓨터가 있어 더 이상 컴퓨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아니,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개인이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더라도 쓸 수가 없게 된다. 만약 이런 세상이 와서 특별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며 쓸 수 없게 된다면 나 같은 장애인은 빛 밝은 세상에서 어둠 속에 갇힌 꼴이 될 것이다.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을 전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사람들로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을 설립하였다. 당시 다양한 소외계층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세계 최초의 정부기관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면에서 전담기관을 정부 안에 만든 것은 너무 앞서간 면이 없지 않다. 솔직히 당시에는 나도 이 기관이 과연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사회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던 한국정보문화원이 2009년 5월 이명박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정책에 따라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과 통합되었다. 그나마 있었던 전담기관이 없어지면서 지난 10년간 정보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 접근성의 컨트롤타워로서 정보문화원의 부활이 절실하다. 정작 정보통신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는데 관련 기관이 없어졌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정보통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많은 사회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참고로 장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기여하면서 얻어지는 자존감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

만약 정부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인터넷 데이터센터에 올리고 이를 처리하고 분석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면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청년들을 포함한 다양한 소외 계층들을 위한 공공 분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과 기회가 국민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나아가 새로 만들어지는 헌법에 아예 정보 접근권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지난 정부에서 없애버린 정보문화진흥원의 부활을 역설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정보격차 해소, 올바른 인터넷 윤리 그리고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주변 개발도상국들을 돕는 새롭고 글로벌한 컨트롤타워로서의 정보문화진흥원의 부활을 바란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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