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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승계 '돈'보단 '신뢰·평판'"…현대차 통큰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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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의 정공법]<上>양도세 1兆내고 지배구조 개편

공정위도 후한 평가, 범현대가 승계방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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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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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임해중 기자 =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의 방향성을 가를 바로미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삼성은 이런저런 악재가 얽히고설켜 있어 지배구조 개편 시기나 방식을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차가 어느 시점에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를 잘 봐야 한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에 즈음해 한 경제 부처 고위 관료가 사석에서 했던 말이다. 검찰 수사와 '금산분리' 이슈로 실타래를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재계 맏형 삼성보다는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현대차그룹은 양대시장(미국·중국) 판매 부진에 따른 실적 하향세와 함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주요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핵심이었다.

그로부터 11개월 후인 지난 달 말 현대차는 정부와 시장에 장고(長考)의 결과물을 내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 부자가 보유 지분을 팔아 세금을 제하고 남은 자금으로 그룹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사는 방안이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경제 검찰(공정거래위원회) 수장 김상조 위원장이 "서프라이즈했다"고 평가할 만한 '정공법'이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정위에선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긍정적인 방향의 개선 노력으로 본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시장의 반응과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현대차그룹에 배당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를 공식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지배구조 개편안에 호의적이다.

시장에선 당초 현대차그룹이 '자사주 마법(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현상)'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 부회장이 압도적 지배력(23.29%)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법률적인 문제가 없고, 경영 승계에 필요한 비용이 적다는 장점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정의선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현대차 최대주주는 현재 현대모비스(20.78%)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5.17%)은 2대주주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차와 정 회장이 각각 16.88%, 6.96%씩 나눠 갖고 있다. 기아차 최대주주는 지분 33.88%를 보유한 현대차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4개 고리의 순환출자 구조다.

정 회장 부자는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88%)을 사들인다. 지분 매입에는 5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마련하기로 했다. 지분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1조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도 납부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으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이 바라는 투명한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대기업 오너로서의 '사회적 평판'과 '시장의 신뢰'를 고려해 정공법을 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대기업의 후계 상속 과정에서 편법, 위법성 논란을 지켜봐 온 3~4세 경영인들은 '평판 리스크'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정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물꼬를 트자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도 최근 순환출자 해소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앞다퉈 내놨다. 재계에선 범현대가(家)가 이른바 통 큰 대기업 '셀프 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bborir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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