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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 노동자 8천명 직접고용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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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일 노조와 합의…90여개 A/S협력사 대상

노조활동 보장 약속…80년 무노조경영 폐기

검찰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수사에 서둘러



한겨레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오른쪽)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지회장이 90여개 협력업체에 속해 일하는 8천여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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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8천여명의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고용(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기로 약속해, 창사 이래 80년간 고수해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서비스(대표 최우수)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나두식)는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생산판매하는 가전제품의 수리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 계열사로, 삼성전자의 지분이 99.33%에 이르는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직접고용하는 노동자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함께 일하는 90여개 협력업체에 속한 노동자 8천여명으로, 대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규모로는 2013년 이마트(1만명) 이후 최대다. 그동안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본사 또는 자회사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으나, 재계 1위 삼성은 간접고용을 고수했다. 이날 합의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노사 양 당사자는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 또는 자회사가 공식적으로 노조 활동을 인정한 것은 1938년 그룹 창립 이래 처음이다.

삼성이 직접고용뿐 아니라 ‘합법적인 노조활동’까지 약속한 것은 검찰 수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의 외장하드를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공작’ 문건 6천건을 입수했고, 삼성 쪽이 마스터플랜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노조 파괴를 시도한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 핵심 인사들이 관련된 증거들이 나오면서, 자칫 그룹 총수 역할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또다시 검찰 수사의 칼끝이 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화를 제안했고, 대화 개시 나흘 만에 전격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재판(뇌물 혐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의 결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합의의 형식상 주체는 자회사 경영진이지만,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 사안을 주도하진 않았을 테지만, 적어도 동의하거나 반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도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와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노조 등 3개의 민주노조가 활동 중이다. 삼성으로선 이들 노조의 ‘합법적 활동’에 대해 이번 합의와 다른 잣대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중심으로 다른 민주노조들과 연대를 강화하면 삼성전자에 민주노조를 건설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의식한 ‘소나기 피하기’ 성격이 짙다”며 “무노조 경영 기조에 일부 균열이 난 것인데, 향후 노조 설립과 활동에 대한 삼성의 대응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박태우 최현준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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