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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동생 질투하는 큰아이, 어떻게 달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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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처음에는 동생한테 관심을 뺏긴 게 서운해 그런가 보다 싶어 안아줬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아달라고 하니 매번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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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39] "엄마 안아줘." 네 살 된 첫째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동생이 생기고 부쩍 안아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도 '엄마 안아줘', 밥을 먹다가도 '엄마 안아줘', 잠 자기 전에도 '엄마 안아줘'.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동생한테 관심을 뺏긴 게 서운해 그런가 보다 싶어 안아줬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아달라고 하니 매번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새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는 '엄마와 도로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거나 칫솔질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내게 해달라고 했다. 아빠나 외할머니가 해주겠다고 하면 '엄마가 해줘'를 외치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둘째를 겨우 재워 눕히려는 찰나, 큰아이가 옆에 와 안아달라며 울고 떼쓰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자꾸 안아달라고 하느냐며 혼을 냈다가도 이내 미안해져 안아주기를 반복했다.

매일 마주치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었다. "교과서적으로는 첫째가 안아달라고 하면 둘째를 잠깐 옆에 내려놓고 첫째를 안아주는 게 좋아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큰아이에게 엄마 옆에 앉아 있거나 등에 업혀 있으라는 등 대안을 제시해주는 게 좋고요. 큰아이의 감정이 다치지 않게 해줘야 해요."

수유 중이라는 이유로 첫째에게 방에서 나가 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지난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쓸쓸히 문을 닫고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겨우 재운 둘째가 깨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못 본 척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둘째를 낳고부터 늘 작은아이를 안고 있었다. 스스로 앉지 못한다는 이유로,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유를 해야 하거나 재워야 한다는 이유로 매번 품에 안고 있었다. 그때마다 첫째는 내 주변을 빙빙 돌며 서성거렸고 가끔은 알 수 없는 엄마의 짜증을 견뎌야 했다. 동생은 만날 안아주면서 본인은 안아달라고 졸라도 안아주지 않으니 서글플 것도 같았다.

"너는 특별한 아이야."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지인은 남매 중 누굴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보다 한 명 한 명 엄마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말해주라고 했다. '엄마를 내다 버릴 테야' 등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두 아이의 낮잠 시간을 엇갈리게 해 큰아이가 엄마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각자 잘하는 분야를 칭찬해주며 사소한 일로 두 아이가 다툴 때 엄마가 끼어들어 큰아이에게 양보하라고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동생에게 빼앗긴 사랑은 아빠가 놀아주며 채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어제는 모처럼 큰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일찍 데리고 와 단둘이 벚꽃축제에 갔다. 벚꽃이 지기 전에 엄마와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도 사먹고 공연도 봤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왜 안아달라고 조를 때 진작 안아주지 못했나, 울고 떼쓸 때 왜 나도 같이 화를 냈나 후회됐다. 이날만큼은 많이 안아줬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큰아이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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