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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때 '디도스 공격'…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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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낮아야 한나라 유리” 판단

최구식 전 의원 비서 등이 공모

IT 이용해 선관위 홈피 마비시켜

김경수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놓고 7년 전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DDoS(디도스) 공격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당일 발생한 ‘디도스 공격’은 최구식 전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씨 등이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4명과 공모해 지역별 투표소가 공개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마비시킨 사건이다.

특히 두 사건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할 줄 아는 ‘기술자’가 등장한다. 필명 ‘드루킹’으로 알려진 민주당 권리당원 김모(48)씨는 자신이 운영자로 있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의 네이버 아이디(ID)를 차용, 순간적으로 댓글·추천 수를 늘리게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클릭 한 번만으로 같은 동작을 1초에 무한대로 반복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네이버 댓글 공감 수를 순식간에 약 600개씩 늘렸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2011년 디도스 공격 때도 공씨와 IT 업체 대표 강모씨는 ‘좀비 PC’ 약 200대를 동원해 선관위 홈페이지,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의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다운)를 일으켰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공씨 등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 투표소 위치가 공지된 웹페이지를 다운시키려 했다.

프로그래머 이두희씨는 “디도스는 중국산 툴이나 악성코드 제작 툴을 사용하면 누구나 남의 컴퓨터를 자기 것처럼 쓸 수 있고, 매크로 프로그램은 하루에 3시간 정도만 들이면 설계가 가능하다”며 “두 가지 모두 고난도의 컴퓨터 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여론조작 도구로 쉽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전개 방향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7년 전 디도스 사건 때도 처음에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가 의심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여당 의원의 비서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댓글 조작 사건 역시 처음에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이 여론 호도를 위해 벌인 것으로 의심됐으나 경찰 수사 결과 민주당원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장이 커졌다.

7년 전 사건의 경우 경찰·검찰이 공씨 차원의 범행으로 결론 내리자 야당인 민주당과 방송인 김어준씨 등 ‘나는 꼼수다’ 패널들이 이명박 정부 차원의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박태석 특별검사팀이 꾸려져 최구식 전 의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수석만 최 의원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 최진녕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과거 유사 사건에서 특검을 도입했던 만큼 동일한 강도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경수 의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의 활동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기관이 명확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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