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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페북·카톡이 무료?…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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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요즘 안녕하지 못하시죠. 정보기술(IT) 분야 취재를 맡고 있는 김재섭입니다.

오늘은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짜증나신다고요. 저도 그래요.

저는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짜증이 나냐고요? 카카오톡과 유튜브 등 제가 이용하는 다른 앱들도 페이스북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나 황사는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해결(적어도 기분상으로는)할 수 있지만, 앱 운영자들이 내 개인정보를 몰래 빼가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잖아요.

누군가가 내 몸에 빨대를 꽂아 내 안에 있는 것을 빼가는 것 같은데, 뭘 얼마나 빼가는지도 잘 모르겠고, 특히 빨대가 눈에 보이지 않아 내 손으로 어쩔 수 없을 때의 답답함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앱을 안 쓸 수도 없고.

페이스북의 발표를 보면,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가 8700만명에 이른다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도 8만6천명이나 포함됐다네요. 지난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연계돼 있었던 게 드러나 논란이 된 이 건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유출되지 않았을까요.

이미 보도된 것처럼 미국 상하원이 각각 청문회를 열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를 불렀습니다. 논란이 컸던 만큼 ‘사이다’ 청문회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아시는 대로 ‘김빠진 맥주’ 수준을 넘지 못했네요. 저커버그가 청바지에 티셔츠 대신 양복을 빼입은 게 더 화제가 됐어요.

앞서 열린 상원 청문회는 ‘맹탕’ 그 자체였습니다. 오죽하면 상원 의원들의 ‘디지털 문맹’이 저커버그를 살렸다는 평가까지 나왔을까요. 하긴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어도 답이 받쳐주지 못하면 별 소용이 없겠죠. 하원 청문회에서 프랭크 펄론 민주당 의원이 “이용자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 설정을 바꿀 용의가 있는지를 ‘예’ ‘아니요’로 답하라”고 질문했는데, 저커버그가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일축해버리더군요.

이용자 개인정보를 몰래 빼가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인정보와 관련한 모든 설정을 접근하거나 빼가지 못하게 해놓는(옵트인) 겁니다. 그런 다음 개인정보 접근과 수집이 필요한 대목에서는 왜 그런지를 이용자 눈높이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명시적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는 거지요. 그래야 자기정보 결정권이 행사됐다고 볼 수 있어요.

카카오톡·밴드·텔레그램·티(T)맵·멜론 같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이용할 때 뭘 자꾸 물어보죠? 뭔 말인지 알고 ‘예’ 혹은 ‘아니요’ 내지 ‘허용하시겠습니까?’의 답을 누르나요? 사업자들은 “언제든지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의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개인정보 수집·활용 관련 동의 설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그동안에는 개인정보 관련 동의 설정이 20개 화면에 분산돼 있었다”고 털어놨어요. 제가 보기에는 사실상 설정을 바꾸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말 들어보셨죠. 그런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은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요. “서비스가 무료이면 내가 곧 상품인 것이다. 무료가 아니라 나를 팔아 이용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여기서 ‘나’란 ‘나의 개인정보’를 뜻한답니다. 다시 말해 돈 대신 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따라서 무료가 아니라는 겁니다. 요즘은 얼굴과 목소리도 수집하는 거 아시죠. 사업자들은 이용자에게서 받은 개인정보를 광고주들한테 팔아 수익을 챙깁니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광고주들이 값을 더 쳐주는 정보를 더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하겠죠.

그럼 이용자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앱을 다 삭제해야 할까요? 물론 그것도 한가지 해결책이 될 수는 있죠. 이미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 가운데 9%가량이 앱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이용해야 한다면 이제라도 앱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최소한의 범위로 수집하는지,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 수집하는지, 꼭 필요하지 않은데 동의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점검해보기를 권합니다.

한겨레

벌써 댓글이 보이네요. ‘기자 양반아, 그게 쉬운 일인지 니가 직접 해봐라. 페이스북 메신저도 설정을 바꾸려면 20개 화면을 돌아다녀야 한다잖아.’ 너무 걱정 마세요. 다행스럽게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페이스북·카카오톡·밴드·텔레그램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용되는 앱 운영자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집하는지, 법에서 정한 대로 적절한 고지와 동의 절차를 거쳐 수집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네요.

김재섭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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