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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2022 대입] 원전 이어 대입도 공론화로 결정?…전문성에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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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공론화 일정 발표…국가교육회의 교육非전문가로 구성돼 우려

"교육부, 민감사안 떠넘기기…주무부처로서 무책임"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사무실. kims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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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부가 11일 국가교육회의에 넘기기 위해 공개한 '대입제도개편 시안'에는 대학입시와 관련한 쟁점이 총 망라됐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방법,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통합 여부,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 등 대입과 관련한 다양한 사안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교육회의가 숙의·공론화를 거쳐 대입제도개편안을 다시 교육부에 제안하면 교육부가 이를 토대로 고교체제개편과 고교학점제 등 교육분야 국정과제를 반영해 '교육개혁 종합방안'을 8월말까지 발표한다.

국가교육회의는 의견수렴 등 공론화 일정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공론화 방법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벌써 공론화 과정으로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두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진행한 바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꾸린 뒤 참여단이 전문가로부터 원전건설 찬반 의견을 고루 듣고 자유토론·투표를 거쳐 의견을 정하도록 했다.

시민참여단 의견을 토대로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라'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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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입 시안은 원전 때처럼 단일한 문제에 대해 찬/반을 정하는 내용이 아니고, 시안에 담긴 여러 안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거나 적정 비율을 제시하라는 내용으로 입시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상당한 식견이 필요한 내용이어서 공론화로 결정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를 담당할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의장인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당연직 위원 9명, 학계·교육계 위촉직 위원 11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들이 대입제도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 등을 만족시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위원 중 입시전문가나 현직교사가 없어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직 위원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은 교육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국가교육회의에 이송될 교육부 시안은 대입제도와 관련한 쟁점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간 대입제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론화를 주도하면 논의가 엉뚱한 곳으로 튈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은 입시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이번에 수능 평가방법으로 양극단에 놓인 대안을 동시에 제시했다.

제시된 수능 평가방법은 '전 과목 절대평가'(1안),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하고 국어·수학·탐구영역은 상대평가 유지'(2안), '영어·한국사는 절대등급을 제공하고 국·수·탐은 원점수 제공'(3안) 등 총 3개다.

일반적으로 수능 변별력은 약화하지만 수험생 학습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1안과 변별력은 강화되지만 수험생 간 '1점 더 받기 경쟁'을 부추길 수 있는 3안은 양극단에 놓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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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2대학입시, 수능 후 원서낸다…25년만에 수시·정시모집 통합



여기에 교육부는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을 통합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리고 세 가지 수능 평가방법과 정시·수시모집 통합 여부를 조합해 총 5개 대입제도개편 모형을 제시했다.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모형별로 달라지는 수험생 간 유불리 등 복잡한 '입시셈법'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복잡하고 민감한 대입제도 결정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긴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추진하려다 여론반발에 수능개편 자체를 1년 유예했던 교육부가 이번에도 전문성을 토대로 대안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국가교육회의와 공론화라는 '방패' 뒤로 숨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입제도개편이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을 두고 교육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무부처로서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은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국정과제 등으로 발표된 정부 기조에 맞춰 교육정책을 결정·추진하며 이를 위해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은 교육부가 하는 것이 맞다"면서 "여론의 비판을 피하고자 이런 일을 국가교육회의에 맡겼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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