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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삼성증권 배당사고 일파만파…국민청원 17만에 금융당국 부랴부랴 집중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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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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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사기 아닌가요? 금감원은 이런 일 감시하라고 있는곳 아닌가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글 중 일부)

지난주 금요일 발생한 삼성증권 자사주배당 사고에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이 올라온 지 3일 만에 동의 서명자는 17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거센 후폭풍이 일어나는 것은 금융당국과 우리 자본시장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만큼 빈약한 수준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점① 실체 없는 주식 판 증권사 믿을 수 있나 = 이번 사고의 발단은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했다. 그러나 보유 중인 자사주가 없는 삼성증권은 신주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원들 계좌에 28억3162만 주를 입고했다. 정관상 삼성증권의 발행가능 주식 수는 1억2000만 주이며, 현재 총 발행주식 수는 8930만 주에 불과하다. 애초에 28억 주는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인 셈이다. 이렇게 나온 주식은 112조 원어치에 달한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지만,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기관 어느 곳도 이를 막지 못했다. 전산상 삼성증권 직원들의 계좌에 실제 주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현 구조에서는 주주별 고객계좌와 예탁계좌(예탁원 관리)를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방비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공매도 논란으로 번졌다.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 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상식을 벗어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6일 시작된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와대 청원은 삼성증권이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없는 주식을 유통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증권사가 대차 없는 무차입 공매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으로, 현행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기회에 시장을 교란하는 공매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점② 잘못된 것 알고도 팔아치운 직원들의 모럴해저드 =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A씨는 사고 당일 78만4000주를 순식간에 팔아치웠다. 6일 종가(3만8350억 원)로 계산하면 3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애널리스트는 금융사와 투자자들에게 투자 전반의 정보를 분석·제공하는 역할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거액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에 닥치자 A씨는 이를 무시했다. 이처럼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도한 물량은 모두 501만2000주로, 장을 열자마자 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은 모두 16명이다. 여기에는 애널리스트는 물론 팀장급 직원, 기업금융(IB) 직원, 리스크관리 직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누구보다 주식의 속성을 잘 아는 이들이 주가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탓이다. 배당된 주식의 규모만 봐도 회사 측의 실수를 뻔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이들의 행태에 증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16명을 대기발령하고 내부 문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모두 매도한 주식을 복원시키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전날 공식 사과문을 내고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문제점③ 구멍난 시스템 전혀 모른 금융당국…책임 없나 =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9일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명 ‘유령주식’을 우리사주 보유자에게 배당할 수 있었는지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전면 점검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이번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당일에도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원인 규명과 사후 수습 책임을 넘긴 채 사건 모니터링에만 주력하는 등, 수동적 모습으로 일관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 상위기관인 금융위 역시 사고 발생 이틀 후인 8일 오후에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기관들을 모아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진단해 주식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라”면서 주식시장 매매체결시스템 점검과 증권사 전수조사를 지시했지만, 문제를 사전 인지하지 못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투데이/유혜은 기자(eun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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