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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유령주식 떠도는 대형사고에도 `원장` 뒷수습에만 급급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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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제책 삼성증권에 맡기겠다더니..비판에 9일 특별점검

금감원, 증권사 종합검사 2013년 이후에 안 해

2004년 유령주식 사태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더니..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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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삼성증권의 배당 실수로 국내 증권통제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지만 관리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뒷짐만 지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령주식이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지고 거래될 수 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금감원은 증권사 내부 문제로 치부해 오다, 여론이 악화되자 늑장대응에 나선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조합 대표 계좌에 들어온 배당을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주식 1주를 가지고 있는 직원은 1000주를 추가로 받아 계좌에 1001주가 찍힌 셈이다. 일부 직원이 이를 시장에 내다팔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 교란이 발생했다. 직원의 손가락 하나로 유령주식이 생성, 유통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사건이 불거진지 아홉시간만에 자료를 내면서 “향후 삼성증권의 사고처리 과정을 보고받아 투자자 피해 구제계획의 적정성 여부를 살펴본 후 검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안일한 대응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국내 증권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매도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글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도배하자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터진지 3일만이다. 비슷한 시각에 김기식 원장은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임기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이번 사건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의 수장은 본인 의혹 해명에 급급했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과연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수사하던 최흥식 전 원장이 본인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했고, 후임인 김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졌다. 자기 단속도 제대로 못하는 금감원이 시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금융사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할 책무도, 유령주식이 유통되고 있는지 감시할 몫도 금감원에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증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2013년 이후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삼성증 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도 배당실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2004년 일부 코스닥 상장사가 유령주식을 조작해 유통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금감원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담당자가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번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13만명 넘는 국민들이 삼성증권 등 증권사 검사를 요청했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고발 및 촛불집회 개최 등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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